네이버가 ‘글로벌 3.0 시대’를 선언했다. 5년 안에 글로벌 사용자 10억 명을 확보해 연 매출 15조원을 돌파한다는 목표도 내놨다.
네이버 최고경영자(CEO)인 최수연 사장(사진)은 13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제2 사옥 ‘1784’에서 취임 후 처음 연 기자간담회에서 “네이버가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와 기술 리더십, 국내외 파트너와의 시너지를 통해 ‘멀티플’ 성장을 만들어내는 글로벌 3.0 단계에 돌입했다”며 “일본, 북미, 유럽 등에 새로운 글로벌 비즈니스 생태계를 조성해 5년 내 글로벌 사용자 10억 명과 매출 15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네이버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7억 명이며 매출은 작년 기준 6조8176억원이다. ○한성숙 전 대표가 유럽 시장 개척최 사장은 “네이버는 20여 년 전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 진출을 외친 회사였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면서 지금의 자리에 섰다”고 강조했다. ‘라인’을 발판으로 일본,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성과를 거둔 시점까지를 ‘글로벌 1.0’으로, ‘스노우’와 ‘제페토’ ‘네이버웹툰’ 등의 서비스를 글로벌 시장에 안착시킨 지난해까지를 ‘글로벌 2.0’으로 분류했다.
최 사장은 “그동안 개별적인 서비스로 해외에 나갔다면 글로벌 3.0 단계에선 각 서비스가 시너지를 이뤄 글로벌 영역으로 진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용자 10억 명을 보유한 기업은 아마존, 구글, 메타 같은 글로벌 기업”이라며 “이런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게 네이버가 그리는 미래”라고 덧붙였다.
네이버는 글로벌 3.0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시장별 맞춤 전략을 펴기로 했다. 먼저 일본에선 작년 말 선보인 ‘마이스마트스토어’를 기반으로 한국과 같은 중소상공인 대상 커머스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한다. ‘라인웍스’와 ‘네이버 클라우드’, ‘네이버 클로바’ 등 기업 간(B2B)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데도 주력할 예정이다.
북미 시장은 웹툰을 중심으로 콘텐츠 비즈니스를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해 인수한 북미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와 함께 글로벌 지식재산권(IP) 밸류체인을 확대한다. 유럽 시장에선 네이버랩스 유럽의 인공지능(AI)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현지 인터넷 기업과 협업을 강화한다. 유럽 사업은 한성숙 전 대표가 진두지휘할 계획이다.
최 사장은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제가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를 위한 인수합병(M&A)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며 “성장동력이 가파른 커머스와 콘텐츠 업체를 중심으로 인수 대상 회사를 물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타버스 커뮤니티 구축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중심으로 게임, 메타버스, 가상현실(VR) 분야에 공격적으로 투자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최 사장은 “네이버가 사업 초기부터 경쟁력을 보유해온 커뮤니티 서비스가 메타버스의 본질”이라며 “올해 하반기 스포츠 서비스에 커뮤니티형 메타버스를 접목하는 것을 시작으로 향후 웹툰,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도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말했다.
조직 내 문화와 인사제도에 대한 점검도 계속하기로 했다. 네이버에선 지난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최 사장은 “기업 문화를 쇄신하고 멀어졌던 직원 간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시급하다”며 “지난해 CEO 내정 이후 직원들과 대화하고 문화를 점검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기업 못지않은 조직, 인사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대표 직속 조직을 운영하려 한다”며 “직원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제도를 손질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