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유가 잡겠다"…에탄올 함량 높은 휘발유 판매 허가

입력 2022-04-13 17:11
수정 2022-04-14 01:48
미국이 유가를 잡기 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고(高)에탄올 휘발유 판매를 임시로 허용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에탄올 원료인 옥수수의 주요 생산지인 아이오와주를 방문, “올여름 에탄올 함유량이 15%인 에탄올 휘발유(E15) 판매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휘발유는 대부분 에탄올 함유 비율이 10%가량이다. 에탄올 함유량이 15%로 늘어나면 가격이 갤런당 10센트가량 낮아진다. 하지만 여름철에 스모그를 악화시킬 수 있어 6월 초부터 9월 15일까지 판매가 금지돼 있다. 이날 조치에 따라 올여름에 한해 미국에서 E15 판매가 허용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3월 물가 상승의 70%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때문에 발생한 유가 급등에서 기인했다”며 “미국인의 연료비 지급 능력이 독재자가 전쟁을 선언하고 학살을 자행하는 데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옥수수 생산이 많은 지역에선 옥수수 수요를 늘리기 위해 고에탄올 휘발유 사용 확대를 요구해 왔다. 고에탄올 휘발유가 판매되는 곳은 공화당 강세 지역으로 분류되는 중서부와 남부에 집중돼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미국 전체 주유소가 15만 개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E15을 파는 30여 개 주의 2300개 주유소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이번 조치가 실질적 유가 안정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달 말 바이든 대통령은 유가 급등을 막기 위해 6개월간 매일 100만 배럴씩 전략비축유를 방출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가 유가 잡기에 나선 것은 고유가가 인플레이션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8.5% 증가한 데 비해 같은 기간 에너지 가격은 32% 급등했다.

인플레이션이 심화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하고 있다. CBS가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미국 성인 206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업무 수행 지지율은 43%로 나왔다. 이 조사 기준으로 역대 최저치다. 최근 ABC와 입소스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29%만이 바이든 대통령의 인플레이션 정책을 지지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