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이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벌이는 러시아의 행위를 처음으로 집단학살(제노사이드)로 규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국 아이오와주 바이오연료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푸틴이라고 지칭하며 “푸틴이 우크라이나인의 사상을 말살하려는 시도가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집단학살로 부를 수 있는 증거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행위가 집단학살을 규정하는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지는 법조계가 결정할 사안”이라면서도 “내가 보기엔 확실히 집단학살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제노사이드로 불리는 집단학살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을 언급하면서 처음 사용됐다. 이후 1948년 유엔 총회에서 ‘집단살해죄 방지와 처벌에 관한 협약’을 채택하면서 국제법상 범죄 용어로 정립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의 행위를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고 강조한 적은 있지만 집단학살로 못 박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 4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인근 부차에서 민간인을 대량 학살한 것이 집단학살에 해당하냐는 질문에 “아니다. 전쟁범죄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우크라이나는 이 같은 바이든 대통령 발언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진정한 지도자의 참된 발언”이라고 치켜세웠다.
푸틴 대통령은 부차에서 러시아 군인들이 민간인을 살해했다는 보도는 가짜 뉴스라고 주장했다. 그는 극동지역 아무르주에 있는 우주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는 미국의 정보가 가짜 뉴스였듯이 부차에 관한 것도 가짜 뉴스”라고 강조했다.
이날 우크라이나는 푸틴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친러시아 성향의 우크라이나 야당 지도자를 체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텔레그램을 통해 “야당 지도자 빅토르 메드베드추크를 체포했다”며 “보안국의 활약으로 ‘특별작전’이 잘 수행됐다”고 평가했다.
메드베드추크는 친러 성향 우크라이나 야당인 ‘생명을 위하여’의 당수이자 사업가다. 푸틴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사흘 후인 지난 2월 27일 도주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