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내리막길을 걷던 자동차주가 최근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자동차주에 대해 '팔자'로 일관했던 외국인이 이달 들어 매수세로 전환한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자동차주 주가를 억눌렀던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올 하반기부터 완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과 외국인 지분율도 역사적 저점까지 내려와 투자 매력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기아 10% 이상 반등현대차는 13일 1.69% 오른 18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15일 이후 이날까지 11.04% 상승했다. 같은 기간 기아는 12.57% 뛰었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3.62%)을 크게 웃돌았다.
자동차주는 작년 하반기 이후 약세를 보였다. 가장 큰 원인은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었다.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일부 공장의 가동이 중단되는 등 실적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컸다. 여기에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까지 터졌다. 유럽기업인협회(AEB)에 따르면 지난달 기아와 현대차의 러시아 판매량은 작년 동기 대비 68% 급감했다. 지난달 15일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52주 최저가로 추락했다.
전문가들은 악재가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 특히 가장 큰 문제였던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은 올 하반기부터 점차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NXP, 인피니온, ST마이크로 등 차량용 반도체 업체들이 설비투자를 확대하고 있고 올 하반기부터 증설 물량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하락하는 등 물류 병목현상도 정상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판매량이 줄어든 영향도 예상보다 크진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와 기아의 지난 1분기 글로벌 도매 판매는 각각 90만2000대, 68만5000대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7%, 0.7% 감소했다. 판매량은 소폭 줄었지만, 고급 차종을 많이 파는 전략과 환율 효과(원화 약세)로 실적은 선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기아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5.2%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인 순매수 전환..."밸류에이션·수급 바닥"최근 눈에 띄는 점은 외국인 수급이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현대차를 34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524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의 반등에 베팅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에 대한 매도세가 매수세로 바뀌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외국인은 지난 1월(1794억원 순매도), 2월(4146억원), 3월(2659억원)까지 순매도로 일관했다.
현대차의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 12일 기준 26.56%다. 작년에는 28~31% 수준이었고,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는 40%대에 머물렀다. 현대차의 외국인 지분율이 30%까지 오르기 위해선 약 1조3304억원어치(현 주가 기준)를 추가로 사들여야 한다.
외국계 증권사에서도 긍정적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현대차·기아·만도·현대모비스의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현대차 목표주가는 기존 26만원에서 27만원으로 높였고, 기아 목표주가는 기존 8만원에서 8만5000원으로 올렸다.
주가가 빠지면서 밸류에이션 매력도 높아진 상태다. 현대차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7.8배다. 1년 전에는 10~11배 수준이었다. 기아의 12개월 선행 PER은 5.7배로 1년 전(7.8배)보다 낮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