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 직접 작곡한 '여민락', 다양한 악곡으로 만난다

입력 2022-04-13 12:06
수정 2022-04-13 12:07


세종대왕이 백성과 함께 음악으로 즐거움을 나누고자 직접 작곡한 ‘여민락(與民樂)’의 다양한 악곡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공연이 열린다. 오는 21일과 22일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 오르는 국립국악원 정악단의 ‘세종의 소리-여민동락’이다.

세종대왕은 중국에서 들여온 음악을 정비하고, 조선만의 고유한 음악을 만들고자 세종 29년 최초의 한글 노래(악장)인 ‘용비어천가’를 만드는데, 이 중 ‘여민락’은 순 한문체의 용비어천가를 노래한 음악이다. 우리나라 고악보 중 가장 오래된 악보로 꼽히는 ‘세종실록악보’와 ‘조선왕조실록’을 통해 전해지는 여민락은 오늘날까지 여민락만과 여민락령, 여민락, 해령 등 4가지 악곡으로 전승되고 있다.

국립국악원 정악단은 이번 공연에서 이 네 가지 악곡을 모두 연주한다. 시대별로 다른 ‘여민락’의 다양한 악곡을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는 무대다. 공연의 이해를 돕기 위해 송지원 전 국립국악원 연구실장의 해설이 함께한다.

‘여민락만(與民樂慢)’과 ‘여민락령(與民樂令)’은 주로 각종 궁중 행사와 임금의 행차, 정재(呈才, 궁중무용)의 반주 음악 등으로 연주된 곡이다. 조선 전기에는 성악곡과 관현악 합주 형태로 연주됐지만, 후기에는 관악 합주 형태의 기악곡으로 연주 형식이 변화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여민락만은 느리다는 의미인 ‘만(慢)’의 꿋꿋하고 장엄한 기풍을 느낄 수 있다. 여민락령은 훗날 변주곡으로 연행된 ‘해령’과 구별하기 위해 ‘본령(本令)’이라고도 불린다. 여민락만에 비해 분위기가 완만하고 장중하다.

세 번째 악곡 ‘여민락’은 16세기 중후반 선비들에 의해 풍류방 음악으로 수용된 기악 합주곡이다. 전체 7장으로 구성된 악장 중 장단이 빨라지는 4장과 5장을 연주한다.
령(令)을 풀어서 연주한다는 뜻의 마지막 악곡 ‘해령(解令)’은 여민락령에 비해 가락이 복잡하고 화려한 멋을 가진다. 20세기 초 여민락령을 변주해 만든 곡이다. 여민락만과 여민락령이 단조로운 느낌인 데 비해 해령은 장단 사이에 음을 삽입하거나 장식음을 붙여 화려한 느낌을 전해 여민락의 다채로운 멋을 느낄 수 있다.

이상원 정악단 예술감독은 “이번 공연이 세종대왕의 음악적 업적과 뜻을 관객들에게 전할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연주 무대를 통해 선조들의 음악 유산을 올바르게 이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