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무신사, 日 패션플랫폼 디홀릭 인수한다…해외 진출 속도

입력 2022-04-13 15:17
이 기사는 04월 13일 15:1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1위 패션플랫폼 무신사가 일본 시장을 겨냥한 패션플랫폼 디홀릭커머스를 인수한다. 올해를 ‘K패션 세계화’의 원년으로 삼아 해외 진출에 나서겠다는 포부를 밝힌 후 단행한 첫 인수합병(M&A)이다.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일본 패션 전자상거래 플랫폼 ‘디홀릭’을 운영하는 디홀릭커머스를 인수하기로 하고 막바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인수 대상은 창업자인 이동환 대표(86.63%)와 벤처캐피탈(VC) 위벤처스(12.51%)가 보유한 지분 100%다. 디홀릭커머스의 전체 기업가치는 약 1500~1800억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무신사는 “인수를 검토 중이지만 아직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무신사, 日을 글로벌 진출 교두보로몸값이 4조원으로 평가받는 국내 1위 패션 플랫폼 무신사의 가장 시급한 현안은 ‘글로벌 진출’이다. 국내에서 1000만명이 넘는 유저를 확보하고 월간활성사용자(MAU)수도 400만명에 육박한 플랫폼으로 자리잡았지만, 내수에만 매몰된 공룡 플랫폼이란 꼬리표가 붙어왔다. 소비자들과 규제당국의 선입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해외 시장에서의 성과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내년으로 예정된 상장(IPO) 과정에서 높은 몸값을 증명하기 위해서도 글로벌 확장성을 증명해야 할 시기였다.

무신사는 자사 플랫폼에서 인지도를 쌓은 국내 브랜드를 해외 현지 팝업 매장을 열어 소개하는 방식으로 초기단계 해외 진출을 시도해왔다. 지난해 일본 법인인 무신사재팬을 설립한 후 일본 시부야에 팝업 매장을 열어 의류 브랜드인 '마르디 메크르디', '로맨틱 크라운' 등을 소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무신사 내부적으론 단순히 브랜드를 지원하는 차원을 넘어 그 다음 단계 해외 진출을 고심하던 상황이었다.

결국 회사는 백지에서 해외 사업을 시작하기보다 현지에 진출한 업체를 M&A하는 방식을 택했다.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속도전을 펴겠다는 의지였다. 내부적으로 여러 매물을 검토하던 중 일본 시장에서 10년여간 인지도를 쌓은 디홀릭을 활용하기로 결단을 내렸고 곧장 인수 협상에 돌입했다. 디홀릭의 온라인 플랫폼 뿐 아니라 현지에 운영 중인 오프라인 매장들도 무신사에 입점한 브랜드를 소개하는 전진기지로 활용하면 시너지가 분명할 것이란 판단이 섰다.

원조 K-패션 플랫폼 디홀릭, 무신사 품에디홀릭커머스는 온라인으로 옷을 구매한다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2001년 ‘다홍’이라는 소규모 쇼핑몰로 시작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국내 온라인 쇼핑몰이 우후죽순 등장하며 경쟁이 치열해지자 해외로 과감히 눈을 돌렸다. 2006년에는 중국에, 2008년에는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 회사는 이 중 일본 시장에 집중하기로 전략을 세웠다. 소득 수준이 높고, 한국과 거리도 가까워 배송에서도 강점이 있을 것으로 봤다.

이후 ‘동대문 패션’을 일본 트렌드에 맞게 현지화하는 전략에 돌입했다. 일본 현지의 인플루언서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폈고, 인지도를 쌓는 데 집중했다. 국내에서 무신사가 쌓아온 전략의 ‘원조’격인 셈이다. 일본 내 소비자들이 주문 후 3~4일 만에 현지에서 한국 상품을 받아볼 수 있도록 배송망을 구축했다. 이후 2020년 기준 연간 온라인 거래액(GMV) 1100억원을 올리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2019년 말에는 벤처캐피털(VC) 위벤처스로부터 16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면서 1000억원 넘는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일본 교토 삿포로 후쿠오카 등 현지에 의류 매장 6곳과 화장품 편집매장 8곳을 여는 등 오프라인 시장 확대에도 나섰다.

다만 코로나19 여파로 현지 오프라인 매장이 타격을 입으면서 매출은 2019년 1400억원에서 지난해 940억원 수준까지 쪼그라들었다. 최근 화장품 편집숍인 크리마레를 런칭한 데 이어 도쿄걸즈마켓이란 신규 플랫폼을 여는 등 신사업을 폈지만 실적 악화는 지속됐다. 새로운 활로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결국 무신사를 새 파트너로 맞이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이번 거래는 무신사가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 아닌 회사 지분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창업자인 이동환 디홀릭커머스 대표 등 기존 경영진이 매각 이후에도 계속 회사 경영을 이끌 예정이다. 무신사는 과거 의류플랫폼인 스타일쉐어·29cm 인수 과정에서도 현금 대신 자사 지분을 지급하는 M&A 방식을 택했다. 매각 측에서도 추후 무신사가 상장에 성공할 경우 추가적인 보상을 거둘 수 있다.

차준호 / 김종우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