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서 온라인 성희롱과 강제 결혼 등 광범위한 성범죄를 처벌할 수 있는 고강도 법안이 국회에서 최초로 통과돼 눈길을 끈다. 인도네시아는 국교가 이슬람교는 아니지만, 인구 87%가 무슬림 신도인 세계 최고의 무슬람국이다.
12일(현지 시각) 현지 매체 안타라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인도네시아 의회에서 성폭력 범죄 처벌법안이 계류 6년 만에 본회의에서 처리됨에 따라 여러 여성·인권단체가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동안 인도네시아에서는 성폭력 문제가 종종 '사적 문제'로 취급받아 왔으며 피해자들이 수사기관에서 진술을 꺼리면서 처벌 없이 묻히는 경우도 있었다.
새로운 법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서의 성폭력은 비신체적, 신체적, 온라인 성희롱, 강제 피임, 강제 불임, 강제 결혼, 성노예, 착취 등 광범위한 행위에 적용되며 성폭력 범죄는 최고 15년의 징역형, 10억 루피아(8600만원)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성 착취 혐의는 최고 징역 15년형, 아동 결혼을 포함한 강제 결혼은 징역 9년 형, 합의 없이 성관계 내용을 유포한 혐의는 징역 4년 형을 받을 수 있다.
이 법은 또한 성폭력 피해자들이 심리상담과 경제적 지원을 받을 권리도 규정한다.
인도네시아에는 그동안 형법상 강간죄,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를 사형·화학적 거세로 처벌할 수 있는 아동 대상 성범죄자 처벌법만 있고, 성범죄를 광범위하게 규정하는 법이 존재하지 않았다.
기존에는 경찰이 성범죄 신고를 받고 수사하려면 여러 가지 증거를 요구했지만, 성폭력 범죄 처벌법이 처리됨에 따라 단 하나의 증거로도 수사를 개시할 수 있게 됐다.
현지 무슬림 정당과 종교 보수주의자들은 성폭력 범죄 처벌법이 동성애와 혼외 성관계를 범죄로 규정하지 않아 이 두 가지를 조장할 수 있다며 법안 처리를 반대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기간 성폭력 범죄가 증가했으며 최근 이슬람 기숙학교에서 교사가 미성년 여학생 13명을 성폭행하고, 이 가운데 9명을 임신시킨 사건이 공개되면서 법안 처리에 힘이 실렸다. 당시 인도네시아 고등법원은 해당 교장에게 사형을 선고 내린 바 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