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달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주요 법안을 처리하기로 당론을 정했다. 다음달 3일 국무회의에서 공포되도록 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취임(10일) 전에 입법을 끝낸다는 목표다.
국민의힘과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다수 의석(172석)을 활용한 입법 강행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정국이 급속히 얼어붙을 전망이다. 4월 국회 파행은 물론 향후 인사청문회와 새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등 민생 법안 처리 과정에서 여야 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검수완박 법안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6대 범죄 수사권도 박탈민주당은 12일 정책 의원총회를 열고 검수완박 법안의 이달 내 처리를 당론으로 결정했다.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 대해 남아 있는 검찰의 수사권 규정(형사소송법 196조)을 마저 삭제해 기소만 가능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법 시행 시기는 3개월 유예하고,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을 이관하기 위한 별도의 전문 수사기관 설립 등을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
검수완박으로 권한이 비대해지는 경찰을 견제할 장치도 마련한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6대 범죄 수사권은 일단 경찰 국가수사본부로 이관하되 중장기적으로는 한국형 FBI 등 별도의 전문 수사기관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경찰에 대한 견제, 감시, 통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동시에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경찰에 대한 독립적 감찰기구를 설치하고, 경찰 직무에 관련된 범죄 등으로 검찰의 수사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이 당론에 포함됐다.
당초 검수완박이 무난히 당론으로 채택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의총에선 격론이 벌어졌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의총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며 견제 없는 권력을 향유해온 검찰 권력을 개혁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검찰과 국민의힘이 개혁 입법 저지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지금일수록 성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검찰개혁은 분명히 해야 하지만 방법과 시기는 충분히 더 논의해야 한다”고 반대했다. 일부 의원은 정의당의 반대 및 경찰 권력 비대화 등을 들어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 극한 대치…4월 국회 ‘파행’ 우려국민의힘은 검수완박 법안을 ‘이재명 방탄 입법’으로 규정하며 여론전을 통한 총력 저지에 나섰다. 하지만 민주당이 172석의 과반 의석을 확보한 데다 법제사법위원회 사보임을 통한 ‘패스트트랙’ 사전 정지 작업까지 마쳐 실력으로 저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의 당론 채택 이후 “70년간 시행돼 온 형사사법 절차를 하루아침에 바꾸려 하면서 심도 있는 검토도, 대안 제시도 전혀 없이 밀어붙이고만 있다”며 “민주당은 검수완박 폭주를 멈추고 야당과 형사 사법 시스템 개선 태스크포스(TF) 또는 특위를 구성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검찰은 즉각 유감을 밝혔다. 대검찰청은 이날 민주당의 의총 결과가 알려진 뒤 “현명한 결정을 기대했는데 대단히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냈다. 대검은 일단 법안 저지를 위한 후속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전날 전국 지검장회의에서 검수완박을 비판한 김오수 검찰총장은 이날 서울 모처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만나 법안 저지에 힘을 보태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앞서 ‘형사사법제도 개선특위’(가칭)를 국회에 구성해줄 것도 건의했다.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강행 방침에 대한 반발은 법조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검경 수사권 조정만으로도 1년여간 부작용이 이어지고 있다”며 “충분한 검토와 국민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본회의 강행 처리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반대) 행사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국은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전 여야의 극한 대치 전선이 형성되면 각종 민생 법안 처리와 인사청문회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이유정/전범진/김진성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