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40% 감축하겠다고 장담했지만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4% 넘게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대폭 확대에 기반한 문재인 정부의 공격적 탄소중립 정책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 탄소중립 계획에 대한 전면 수정 방침을 밝혔다. “LNG 급증이 배출량 증가 원인”인수위는 12일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 방향’ 브리핑에서 “작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4.1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고, 올해도 더 늘어날 전망”이라며 문재인 정부 탄소배출 감축 계획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말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COP)에서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은 이와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원전을 줄이면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이 16%나 급증한 게 주된 영향을 미쳤다.
인수위는 탄소중립 시나리오 추진에 따른 부담이 국가 경제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21년 비공개로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2050년 탄소중립 달성’ 목표를 유지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2030년까지 연평균 0.7%포인트, 2050년까지 연평균 0.5%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고 했다. 원전 기반 새 탄소중립 계획 낸다인수위는 문재인 정부 ‘탄소중립 계획’을 사실상 폐기하고, 원전을 기초로 한 새로운 탄소중립 이행계획을 내겠다고 밝혔다. 우선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조화·수요 관리 강화를 바탕으로 한 합리적 탄소중립 에너지믹스와 전력시스템 혁신’ 등 다섯 가지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원전 계속운전 허용 등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을 이행해 에너지 수급 계획을 다시 짜겠다는 것이다. 새 정책 방향은 오는 12월 10차 전력수급 계획에 반영할 계획이다. 정동욱 한국원자력학회장은 “한국에서 원전을 제외한 탄소중립 계획은 성립할 수 없다”며 “에너지 정책이 이제야 제자리를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위는 늦어도 올해 8월까지 ‘그린 택소노미(녹색금융 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하는 등 관련 제도도 정비하기로 했다. 그린 택소노미는 정부가 친환경 산업을 구분하는 기준을 제시하는 것으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잇달아 원전을 친환경 산업으로 분류한 것과 달리 한국은 원전을 제외해 논란이 됐다.
이 밖에 에너지 혁신 벤처와 인재 육성 등을 위한 ‘녹색기술 발전을 위한 연구개발(R&D) 체계 고도화 및 탄소중립형 신성장동력 창출’도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탄소배출권 제3자 시장 참여 확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연계, 세제 보완 등을 통한 녹색금융 본격화’, ‘미국 등 주요국과의 기후 에너지 동맹 글로벌 협력체제 강화’ 방침도 밝혔다. 제한적인 시장참여자와 거래 물량 제한 등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해 탄소배출권 거래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게 인수위의 구상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등 기후변화 관련 새로운 통상 협약에도 적극 동참할 계획이다.
인수위는 또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 구성의 편향성과 효율성 결여 문제가 모든 관련 부처에서 제기됐다”며 ‘탄소중립·녹색성장 거버넌스 전략적 재구성’을 정책 방향에 포함했다. 미국 백악관이 존 케리 기후특사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기후팀’을 두고 차세대 청정에너지와 과학기술, 국가 경제와 안보의 관점에서 기후에너지 정책을 이끌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지훈/김소현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