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과 50분 회동한 尹 "박정희때 내각·靑 운영 배우고 있다"

입력 2022-04-12 17:45
수정 2022-04-13 01:54

“대통령께 참 면목이 없습니다. 그리고 늘 죄송했습니다.”

12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만남은 윤 당선인의 사과로 시작됐다. 2016년 국정농단 사건의 검찰 수사팀장으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중형을 이끌어낸데 대한 것이다. 여기에 박 전 대통령은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고 한다.

윤 당선인은 이날 대구 달성군에 있는 박 전 대통령의 사저에서 50분간 만났다. 회동 후 배석한 권영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과 유영하 변호사는 “만남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이어졌다”며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전했다. 권 부위원장과 유 변호사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윤 당선인을 보고 “처음 뵙는 분이지만 화면에서 많이 봬서 그런지 아주 오래전에 만난 사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의) 얼굴이 좀 부어 있는 거 같다”며 생활에 불편한 점은 없는지 걱정했다.

국정운영과 관련해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 재직 기간에 업적이 국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아 안타까움이 있다”며 “하시던 정책을 계승하고, 제대로 홍보해 명예를 회복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외교·안보라는 울타리가 튼튼해야 국가 경제가 발전한다”며 “지금은 개별 국가가 혼자 하는 시기가 아니고 여러 나라와 신뢰를 맺어 윈윈해야 하는 시대”라고 했다.

지난 11일부터 이어진 대구·경북 방문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윤 당선인은 “대구·경북에서 몰표를 줘 당선됐다”며 “(개표 과정에서) 표 차가 얼마 안 됐지만 대구 개표가 늦어지는 걸 알고 당선될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대구 발전에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답했다.

윤 당선인은 또 “부친이신 박정희 전 대통령께서 당시 내각과 청와대를 어떻게 운영했는지 자료를 보고, 당시 근무자들을 만나 국정운영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의 자리가 무겁고 크다”며 “일단 건강을 많이 챙기라”고 조언했다. 박 전 대통령은 윤 당선인에게 “앞으로 격무와 많은 일이 있을 텐데 좋은 대통령으로 남아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회동에서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에게 다음달 10일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정중하게 요청했다. 박 전 대통령은 “현재 건강 상태로는 조금 자신이 없는데 시간이 있으니 노력해서 가능한 한 참석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답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