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기 국채 금리가 11일 연 3.2%에 육박하며 약 1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원·달러 환율은 1233원10전으로 한 달 만에 1230원을 넘어섰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무역수지는 이달 들어 35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윤석열 정부 경제팀에 출범 전부터 ‘비상등’이 켜졌다. 물가와 금리, 환율, 무역수지, 가계부채 등 주요 경제지표가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 출범한 이명박(MB) 정부가 처했던 경제 상황보다 ‘악조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불안한 금리·환율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199%포인트 오른 연 3.186%를 기록했다. 이는 2012년 7월 11일(연 3.19%) 후 9년9개월 만의 최고치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올 들어 1%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이에 따라 초장기물인 30년물(연 3.146%)과 3년물 금리는 2012년 9월 30년 만기 국고채 도입 이후 처음으로 역전됐다.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 역시 0.136%포인트 오른 연 3.305%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고채 금리가 오르는 것은 국채를 내다파는 투자자가 많다는 뜻이다. 그만큼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이 좋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8원 오른 1233원10전을 기록했다. 환율이 1230원대를 뚫고 올라간 건 지난달 7일 이후 한 달 만이다. 통상 원·달러 환율 1200원은 한국 경제의 위기를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달러값이 오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에서 자금 회수에 나서기 때문이다. 달러 강세는 12일 예정된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선호 심리가 확대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무역수지 적자폭은 확대무역수지 적자 폭은 확대됐다. 관세청은 이달 1~10일 수출액(통관기준 잠정치)이 153억3600만달러, 수입액은 188억54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 기간 무역수지는 35억1800만달러 적자로 작년 같은 기간(18억1400만달러)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소폭(3.0%) 늘었지만, 수입액 증가폭(12.8%)이 더욱 컸다. 원유(43.0%)와 가스(141.6%), 석유제품(71.6%) 등의 수입액 증가가 주원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수급이 불균형한 상황에서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발하면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결과로 풀이된다.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봉쇄 조치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물가는 고공행진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4.1%를 기록하면서 10년 만에 처음으로 4%대를 넘어섰다. 물가 급등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현 1.25%) 인상도 임박하면서 가계부채 관리에도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내년 이맘때까지 어렵다”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처한 경제 상황을 “액셀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아야 하는 딜레마”라고 진단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코로나19 회복을 위해 재정을 풀어야 하는 반면, 물가 때문에 통화 긴축을 시행해야 한다”며 “정부는 정책 조합(폴리시 믹스) 차원에서 방안을 찾겠다고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주 실장은 “2008년 금융위기는 망가진 금융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며 “지금은 코로나도 끝내지 못한 상황에서 통화 정책을 정상화 과정으로 되돌려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년 이맘때까지 경제 상황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교수는 “한은이 올해 적어도 두 번은 더 금리를 올릴 텐데 이 경우 시중 대출금리는 5%까지 올라갈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소비와 투자 모두 위축돼 경제를 가라앉힐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물가 안정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현행 10%인 부가가치세율을 인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 교수는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는 국채 발행 카드를 쓰기 어려울 것”이라며 “부가세 인하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 실장은 “식용유, 밀가루 등 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품목을 선정해 물가 관리를 집중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며 “관세, 부가세 인하 등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미현/도병욱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