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수록 손해"…납품 거부 카드 꺼낸 레미콘·알미늄·철근콘크리트업계

입력 2022-04-11 16:28
수정 2022-04-11 17:02


수도권 레미콘업계를 비롯해 알루미늄 창호·철근 콘크리트업계가 원자재 가격 급등에도 건설사가 계속 납품단가를 올려주지 않을 경우 조만간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중소기업계는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지못해 생산할수록 손해가 나고 있다며 납품단가연동제를 조속히 도입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해 여성경제인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전국철근콘크리트연합회 등 18개 중소기업단체는 11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중소기업 납품단가 제값받기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중기중앙회의 긴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원자재 가격은 2020년보다 평균 51.2% 올랐다. 하지만 원자재값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한 중소기업은 전체에서 4.6%에 불과했다. 중소기업들은 향후 납품대금에 반영되지 않을 경우 △생산 감축(41.9%) △일자리 축소(32.9%) △공장 폐쇄(9.6%) 등으로 대처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사태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 따른 원자재 가격 폭등에도 대기업들이 납품단가를 올려주지 않자, 참다못한 중소기업계는 '공급 중단'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날 배조웅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은 “시멘트 가격이 지난 2월 19%인상됐고 모래 자갈 등 골재, 유류비, 운반비 모두 급격하게 올라 20%가량의 가격 인상요인이 생겼다”며 “건설사가 레미콘 가격 인상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있어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레미콘업계는 전체 925개 업체 중 96.8%인 896개가 중소기업이다. 레미콘 제조 원가 비중은 시멘트 30%, 골재 20%, 운반비 20% 등으로 구성된다. 레미콘업계는 대기업으로 구성된 시멘트업계와 건자재 시장의 '갑'의 위치에 있는 건설사 사이에 끼여 '샌드위치'신세에 처해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그는 “건설업계가 이달말까지 인상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불가피하게 생산을 중단해야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알루미늄창호(커튼월)업계를 대표하는 창호커튼월협회의 유병조 회장 역시 “건설사와 계약기간은 1~3년인데, 창호·커튼월 프레임의 주소재인 알루미늄 가격은 2배 가량 폭등해 엄청난 손실을 떠안고 있다”며 “공급 중단을 검토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강성진 청송걸설 대표는 “치솟고 있는 건설자재비 반영이 안되면 철근콘크리트업계 역시 현장 셧다운이나 폐업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중소기업계는 원료 공급 대기업이 가격 인상 계획을 사전에 중소기업에 공유해 충분히 대비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정한성 한국파스너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원자재 공급 대기업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반면, 볼트 너트 등 파스너업종 중소기업 영업이익률은 1%에 불과하다"며 "원자재 공급 대기업이 가격인상 계획을 미리 알려줘 중소기업이 납품단가 협의시 반영할 수 있게 하거나 사전에 충분한 재고를 확보하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일부 대기업들은 원자재 가격이 올라가면 추후 손실을 보전해주거나 원자재를 직접 공급해주는 '착한 대기업'이 있다"며 "하지만 그렇지 못한 대기업들이 더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 해결의 출발점은 납품단가 현실화"라며 "새 정부에서 반드시 납품단가 연동제를 도입하고 대통령 직속 상생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