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픽 장관후보' 0명…尹-安 공동정부 구상에 빨간불?

입력 2022-04-11 11:53
수정 2022-04-11 13:59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1차 내각 명단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 추천 인사가 배제된 데 대해 여러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당선인과 안 위원장의 '공동정부' 구성에 차질이 생긴 신호라는 평가가 제기되는 한편 향후 인선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11일 인수위에 따르면 전날 윤석열 당선인이 발표한 1차 내각 명단에는 안 위원장 추천 인사가 포함되지 않았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원희룡 국토교통부, 이종섭 국방부, 김현숙 여성가족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윤석열 캠프 출신이다.

안 위원장은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 등 과학기술계 인사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추천했다. 의사 출신의 안 위원장이 전문성을 가진 보건복지 분야도 '안 위원장 몫'으로 거론됐다.

그러나 최종 내각 명단에서는 안 위원장 추천 인사가 빠졌다. 정호영 경북대병원장은 윤 당선인의 40년 지기로 알려졌다. 이종호 과기부장관 후보자는 윤 당선인이 대선 출마 전 '반도체 과외'를 받으며 인연을 맺었다. 인수위 한 관계자는 "안 위원장이 후보 추천권을 갖고 있긴 하지만 단수후보를 추천해 결정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안 위원장은 장관 후보자 인선과 관련해 "책임도 인사권자가 지는 것 아니겠느냐"며 가시 돋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10일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퇴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난 안 위원장은 "본인(윤 당선인)이 판단하시기에 최선의 사람을 선택하지 않았겠냐"며 이같이 말했다.

'민간인 출신 국방장관 발탁'이라는 안 위원장의 대선 공약도 실현되지 못했다. 육군 중장 출신의 이 후보자가 국방부의 수장으로 내정되면서다. 과학기술부총리 신설, 교육부 폐지 등의 공약도 자취를 감췄다.

다만 이번 내각 인선만으로 공동정부 구상이 무산됐다고 판단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수위의 다른 관계자는 "인수위원 구성이 1차, 장관 후보자가 2차, 차관과 각종 위원회 위원장 인사를 3차라고 친다면 1차 인사에는 이미 안 위원장 의중이 반영됐고 3차 인사를 두고 봐야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평가했다.

남은 장관 후보자 인사에 안 위원장 측 인사가 등용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우선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통일부나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로 거론된다. 안철수 캠프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최진석 서강대 교수는 교육부 장관 하마평에 올랐다. 사회복지문화 분과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백경란 성균관대 의대 교수는 질병관리청장 후보로, 김도식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국무총리 비서실장 후보로 꼽힌다.




안 위원장 본인이 결정할 수 있는 정치적 선택지도 인수위 초기보다 줄었다. 안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초대 국무총리 1순위로 후보로 꼽혔다. 과학기술부총리를 신설한다면 안 위원장이 맡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도 나왔다. 경기도지사에 도전해 지방자치단체 행정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그러나 안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당의 지지 기반을 넓히고, 정권이 안정될 수 있는 일들에 공헌할 수 있는 바 많다고 생각해 그런 일들을 하고자 한다"며 당에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대신 당권 도전과 관련해 "1년 뒤면 한참 뒤다. 그러면 그 부근 가서 판단할 생각"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안 위원장이 국민의힘·국민의당 합당 작업을 마치고 당권에 도전한다면 다음 전당대회까지 당내 우군을 얼마나 만들지가 관건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맞설 당내 후보로 안 위원장을 지원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