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등 국내 인터넷 콘텐츠 이용료가 잇따라 오르고 있다. 앱 장터를 운영하는 구글이 외부 결제 링크를 막고, 앱 내 제3자 결제 수수료를 높게 책정한 결과다.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강경 대응을 시사했지만 구글도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앱 내 결제를 강제하지 못하게 한 이른바 ‘구글 갑질 방지법’이 무용지물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부 결제 막자 콘텐츠 이용료 ‘쑥’네이버는 최근 자사 음원 서비스 ‘바이브’의 안드로이드 앱 이용료를 새롭게 마련했다. 이전까지는 외부 결제 링크를 통해 PC로 이용할 때와 같은 가격으로 바이브 서비스를 쓸 수 있었지만, 구글의 새 수수료 정책으로 이용 가격이 껑충 뛰었다.
무제한 듣기는 8500원에서 9900원으로, 무제한 듣기와 오프라인 재생이 가능한 상품은 1만2000원에서 1만4000원으로 가격이 올랐다. 네이버 관계자는 “구글이 새로운 결제 방식을 도입하면서 수수료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글은 지난달 앱 개발사에 앱 내 외부 결제 링크를 삭제하라고 공지했다. 오는 6월 1일까지 링크를 빼지 않으면 구글 앱 마켓인 플레이스토어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앱 개발사는 구글 결제(최대 수수료 30%) 또는 앱 내 제3자 결제(최대 26%)를 써야 한다. 이 때문에 바이브에 앞서 OTT 티빙과 웨이브가 안드로이드 앱 이용권 가격을 올렸다. 시즌, 플로 등 다른 콘텐츠 서비스도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OTT, 음원 서비스는 물론 웹툰·웹소설 등 콘텐츠 이용권 가격도 순차적으로 오를 전망이다. ○‘구글 갑질 방지법’ 무력화되나국회는 작년 8월 31일 앱 마켓 사업자가 인앱 결제를 강요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구글의 인앱 결제 강제 정책을 겨냥한 것으로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구글 서비스를 이용하는 다른 국가에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
구글은 앱 내 결제에 제3자 결제를 허용했지만 수수료를 최대 26%로 정했다. 카드 사용료 등을 더하면 구글 수수료율과 큰 차이가 없다. 앱 개발사 입장에선 굳이 제3자 결제를 쓸 이유가 없는 셈이다. 애플도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에 6월부터 제3자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구글과 비슷한 최대 26% 수준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이행안을 제출했다. 애플은 앞서 올해 1월 법 이행을 위해 방통위에 제3자 결제를 허용하고 수수료를 낮추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방통위는 지난 5일 유권해석을 통해 구글의 정책이 ‘특정한 결제 방식을 강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위배 소지가 있다고 경고했다. 방통위는 사실조사 결과를 토대로 거래상 지위, 강제성, 부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적인 법 위반 여부와 제재 조치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조사 과정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며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이행강제금 부과 등 제재가 나올 경우 법적 분쟁 등 논란이 예상된다. 결제 수수료를 세계 시장에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어 한국의 규제가 다른 국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구글도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방통위의 유권해석에 대해 “방통위 보도자료를 확인했으며 그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며 “구글은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발전시키고 한국 이용자의 선택 폭을 넓히기 위해 개발자 커뮤니티와 지속적으로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규제가 빅테크 기업의 편법 행위를 따라잡지 못하는 사이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