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또 서해 넘보는 中

입력 2022-04-11 01:21
수정 2022-04-11 01:22
중국 어선들의 패악질은 조선시대에도 심했다. 떼를 지어 몰려와 횡포를 부리는 게 무도한 점령군 같았다. 어장 싹쓸이는 물론이고 해안 마을까지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백성들은 이들을 ‘황당선(荒唐船)’이라고 불렀다. ‘거친(荒) 당나라(唐) 배(船)’에 관한 기록이 조선왕조실록에 80여 차례나 나온다.

지금도 봄·가을 꽃게 철에는 중국 어선 수백 척이 연평도 앞바다를 뒤덮는다. 쌍끌이 어선들은 밑바닥 펄에 닿게 그물을 내리고 유생(어린 꽃게)까지 쓸어 담는다. 현대판 황당선의 폐해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 지난 5년간 서해5도특별경비단이 밀어낸 중국 어선만 1만4600여 척에 이른다.

최근에는 중국이 한·중 공동관리수역에서 석유 자원을 몰래 탐사하다가 발각됐다. 우리와 중국 사이의 경계선이 확정되지 않은 잠정조치수역에 석유 시추 구조물을 설치한 것을 우리 순시선이 발견했다. 이곳은 2001년 한·중 어업협정에 따라 어업·항해 외의 자원개발, 구조물 설치 등이 금지된 구역이다.

2005년 우리가 군산 앞바다(제2광구)에서 유전 탐사에 나섰다가 중국의 반발로 중단했고, 2008년에는 중국이 석유 시추 시설을 설치했다가 우리 측 항의를 받은 곳이기도 하다. 이렇게 양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린 구역에서 14년 만에 다시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중국이 석유뿐만 아니라 해상 영유권 다툼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벌인 일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중국의 군사적 위협도 가중되고 있다. 항공모함 랴오닝호와 산둥호가 서해에서 연간 20회씩 훈련하고, 초계기와 경비함이 서해 해상 경계를 계속 넘나들고 있다. 중국 군함이 배타적경제수역 잠정 등거리 선을 침범한 횟수는 최근 5년간 910차례가 넘는다. 지난해에는 경비함으로 백령도 인근에 접근한 데 이어 ‘스파이함’까지 보내 우리 옆구리를 헤집었다.

중국 ‘해양굴기(海洋堀起·바다에서 일어선다)’의 핵심 전력인 전함은 360척에 달한다. 2015년(255척)보다 100척 이상 늘었다. 공격용 잠수함도 64척에 이른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은 틈만 나면 서해를 내해(內海)로 삼으려고 든다.

이번 석유 시추 사건도 그 연장선에 있다. 중국 정부에 단호하게 항의하고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 정권교체기를 틈탄 꼼수라면 더욱 분명한 메시지를 주는 게 좋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