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부터 주요 보험회사의 자동차 보험료가 줄줄이 인하돼 최근 큰 폭으로 뛰고 있는 물가 상승 부담이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10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11일 계약분부터 개인용과 업무용(법인) 자동차 보험료를 1.2% 인하한다. 화물차와 배달용 차량에 적용하는 영업용 자동차 보험료는 3% 인상한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개인용 가입 비중이 전체의 90% 이상이어서 전반적인 수입보험료 기준으로는 1% 이상 줄어드는 효과가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KB손해보험도 11일부터 개인용과 업무용 자동차 보험료를 각각 1.4%와 0.3% 내린다. 영업용은 이달 말께 4% 정도 올릴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해상은 개인용과 업무용 자동차 보험료를 13일부터 각각 1.2%와 0.8% 인하하고 영업용은 3% 인상한다. DB손해보험은 16일부터 개인용과 업무용 자동차 보험료를 각각 1.3%와 0.8% 내리고 영업용은 2.1% 올린다. 메리츠화재는 21일부터 개인용 자동차 보험료를 1.3% 인하할 예정이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수년간의 자동차보험 누적 적자와 정비요금 인상 등 원가 상승 요인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손해율 개선 효과를 이용자와 나누기로 했다”고 말했다. 개인용 車보험료 평균 9000원~1만원 줄어
물가상승 부담 다소 완화될 듯1인당 개인용 자동차 보험료가 80만원대인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조정으로 보험료 부담이 평균 9000~1만원가량 낮아질 전망이다. 자동차 보험료 조정은 2020년 1월 3%대 인상 후 2년 만이다. 최근 5년간 자동차 보험이 흑자를 낸 해는 2017년과 2021년 단 두 해에 그쳤다. 2018∼2020년엔 손해율이 85.7∼92.9%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2020년 1월 보험료가 3.3∼3.5% 인상된 바 있다.
국내 자동차 보험에 가입된 차량만 무려 2000만 대를 넘는 만큼 이번 보험료 인하가 소비자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다.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에는 보험서비스료가 개인서비스 항목에 포함돼 반영되고 있다. 지난 1월 만성 적자 구조 탓에 실손보험료가 평균 14% 인상되면서 개인서비스 물가(전년 동기 대비 3.9%↑)와 전체 소비자물가지수(3.6%↑)를 끌어올린 최대 주범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산업연구실장은 “실손보험료 인상 효과에 깜짝 놀란 기획재정부가 부랴부랴 금융위원회 등과 공동으로 ‘지속가능한 실손보험을 위한 정책협의체’ 구성에 나설 만큼 위력이 컸다”며 “이번 자동차 보험료 조정도 비록 인하 폭이 작기는 하지만 물가상승률을 다소나마 낮추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사별로 보험료 인하 적용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가입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삼성화재와 KB손해보험은 11일, 현대해상 13일, DB손보 16일, 메리츠화재는 21일 이후 체결되는 계약에 대해 인하된 보험료를 적용한다. 만약 보험 갱신을 앞두고 있다면 해당 날짜 이후로 계약을 미뤄야 불필요한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