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의 시공사 선정 시기를 현행 ‘사업시행인가 후’에서 ‘조합설립인가 후’로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조합들이 사업 초기 시공사 자금을 수혈받아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게끔 한다는 취지다.
서울시의회 도시관리계획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개정안을 오는 6월 정례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다. 지난달 김종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이 개정안은 조합이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사업시행인가 신청 전이라도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 시내 재건축은 정비구역 지정→안전진단→조합설립인가→사업시행인가→시공사 선정→관리처분계획인가→이주·철거→준공 순으로 진행된다. 통상 조합 설립 후 사업시행인가를 받기까지는 최소 1년 이상 걸린다.
상위법인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시공사 선정 시기를 조합 설립 후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공공지원 제도를 시행 중인 서울시는 자체적으로 시공사 선정 시기를 정할 수 있다. 서울시는 사업 초기부터 시공사를 정하면 조합과 시공사 간 유착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로 사업시행인가 후로 시기를 늦췄다. 조합이 만든 사업시행 계획에 맞춰 시공사가 공사 입찰에 참여하도록 해 과도한 공사비 인상 가능성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도 있었다.
이 때문에 자금력이 충분치 않은 상당수 조합은 사업 초기 자금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조합들에 일부 자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시공사 선정 시기를 앞당기면 조합들의 자금 사정에 다소 숨통이 트이고, 사업시행인가 전후 사업 기간도 1년 이상 단축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행법은 사업시행인가를 받을 당시 설계안을 10% 이상 변경할 경우 조합 총회(주민 과반 동의 확보)를 거쳐 변경 인가를 다시 받도록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당수 사업장에서 시공사가 제안한 특화설계안을 반영해 설계 변경이 이뤄진다”며 “사업시행인가 전 설계안을 바꾸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정부가 2020년 도입한 공공 재개발도 이런 이유로 사업시행인가 전 시공사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