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온라인 콘텐츠 시장에선 '연플리' 열풍이 뜨겁게 불었다. '연애 플레이리스트'라는 제목의 웹드라마가 큰 화제를 불러 일으킨 것. 이 작품은 사진 앱 업체 스노우에서 앱을 홍보하기 위한 브랜디드 콘텐츠 용으로 제작됐다. 그런데 예상을 뛰어넘어 MZ세대를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생각지 못한 큰 흥행에 같은 해 5월 네이버웹툰과 스노우는 곧바로 공동 출자해 콘텐츠 제작사 '플레이리스트'를 설립했다.
그리고 5년 후, 플레이리스트의 콘텐츠는 K웹드라마 열풍을 이끌고 있다. '에이틴' '리필' 등 다양한 장르의 웹드라마 30편 이상을 선보이며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들의 글로벌 누적 조회 수 37억뷰를 돌파했다. 전 세계 구독자는 1500만명에 달한다.
박태원 플레이리스트 대표는 서울 용산에 있는 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웹드라마와 일반 드라마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해외에서도 웹드라마가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그 중심에 선 비결에 대해선 "웹드라마도 한국에서만 보여주기 급급한 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어떻게 존재감을 높여갈지 고민했다"며 "국가와 언어별로 채널을 만들고 자막과 번역에 많은 신경을 쓰는 등 다양하고 세심한 전략을 펼치며 공략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36세의 그는 2017년 플레이리스트 대표를 맡았다. 구글코리아, 구글재팬 유튜브 등에서 일한 다양한 경험을 인정 받았다. 스튜디오드래곤 윤현기 CP도 이 회사의 제작총괄로 자리를 옮겼다. 국내 콘텐츠 업계 주요 인물들이 모여 새로운 콘텐츠 실험들을 하며 세계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플레이리스트의 작품들은 특히 일본 시장에서 큰 반응을 얻고 있다. 박 대표는 "진취적이고 자기주도적인 여성 캐릭터들을 통해 많은 공감을 얻고 있어요. 연애부터 커리어, 인간관계 등 다양한 면에서 과거 여성 캐릭터와 다른 점을 보여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튜브에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플랫폼도 넘나들고 있다. 플레이리스트는 티빙, 시즌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도 다수 작품을 제공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아이치이, 텐센트 등 각 국가의 대표 OTT와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OTT도 드라마 시청 시간을 크게 줄이며, OTT용 드라마와 웹드라마의 경계가 사라진 영향이 크다. 또 OTT 구독자 중 MZ세대 비중이 가장 높은만큼 OTT에서도 웹드라마의 성공 방식을 적극 받아들이고, MZ세대 시청자들을 그대로 흡수하고 싶어한다.
플레이리스트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올해 라인업 13편에도 OTT에 제공되는 작품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지난 25일 시즌에서 공개된 '소년비행', 상반기 내 티빙에서 선보이는 '뉴노멀진' 등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가 출범한 것도 유튜브 뿐 아니라 OTT의 시장 가능성을 봤기 때문입니다. 기존 10대 학원물에서 나아가, 이들의 성장 과정을 보다 잘 다루거나 20~30대 주인공을 내세우는 등 다양한 시도로 OTT 안에서의 경쟁력도 높여 나갈 겁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