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도입해야" vs "추가승인 안돼"…'녹지병원 판결'에 영리병원 논란 재점화

입력 2022-04-08 17:29
수정 2022-04-09 01:36
제주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내국인 진료 제한이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정부 내에서 ‘투자개방형 병원(영리병원)’ 도입 논란이 재점화됐다.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추진하는 기획재정부는 국내외 환자를 가리지 않는 투자개방형 병원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의료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녹지병원 외의 추가 도입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8일 “기재부는 투자개방형 병원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도 당초 의료 공공성을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지만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시범적으로 도입된 이후 그런 우려가 사라지는 추세”라며 “투자개방형 병원도 도입 과정에서 공공성 문제에 대한 우려가 불식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복지부 관계자는 “제주 외 다른 지역에서 투자개방형 병원을 도입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정부 내에서는 비(非)의료인의 투자를 받을 수 있는 투자개방형 병원 도입을 놓고 끊임없이 찬반 의견이 대립해 왔다. 기재부는 투자개방형 병원이 대규모 시설투자 등을 통해 의료 선진화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8년 당시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투자개방형 병원 도입을 공론화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복지부 등의 반대로 서비스산업 혁신 방안에 반영하지 못했다.

녹지병원은 ‘국내 1호 투자개방형 병원’으로 설립될 예정이었다. 현행 의료법과 제주도특별법, 경제자유구역법 등에 따라 투자개방형 병원은 제주도와 경제자유구역에만 설립할 수 있다. 경제자유구역의 경우 인천 송도 국제병원 설립이 추진됐다가 ‘공공의료, 의료복지’를 외치는 시민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좌초됐다. 녹지병원은 중국 뤼디(綠地)그룹이 복지부로부터 2015년 설립 승인까지 받았으나 제주도가 외국인에 한해 진료할 것을 요구하면서 건물 완공 뒤에도 개원하지 못하고 법적 분쟁이 벌어졌다.

이런 와중에 1심인 제주지방법원이 지난 5일 녹지병원의 손을 들어주면서 내국인 진료의 가능성이 열리게 됐다. 제주지법은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제주도의 허가 조건은 외국 의료기관 개설 허가 제도의 입법 취지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제주도는 항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뤼디그룹은 제주도가 2019년 병원 개설 허가를 취소한 것과 관련해서도 소송을 내 올 1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제주도는 내국인 진료 여부와는 별개로 오는 12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녹지병원에 대한 재개원 여부를 심의할 예정이다.

임도원/오현아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