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몰표로 '친윤체제' 강화…權 "대통령에게 할 말은 하겠다"

입력 2022-04-08 17:40
수정 2022-04-18 15:48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원내 의원들이 여소야대 정국을 타개하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인 권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국민의힘, 친윤체제 강화이날 원내대표 경선에서 권 의원은 102명 중 81명으로부터 몰표를 받았다. 지난해 원내대표 선거 당시 김기현, 김태흠 의원에 이어 3등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권 원내대표는 윤 당선인의 최측근 인사다.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이라고 불리는 측근 그룹의 맏형 격이다. 정치권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당선인과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핵심 관계자를 원내 파트너로 선택했다고 해석했다. 윤 당선인으로서는 국정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해줄 원군을 얻은 셈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권 원내대표가 80%의 득표율로 압승한 것은 개인의 역량도 있겠지만, 당 차원에서 윤 당선인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미”라며 “권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친윤(친윤석열)계 의원이 늘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 원내대표는 김기현 전 원내대표 체제에서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았던 송언석 의원을 유임시키기로 결정했다. 송 수석부대표는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에서 정책 조율 업무를 총괄했다.

새 정부 초기 여소야대 국회 상황을 고려해 중량감 있는 후보들이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은 것도 압승의 배경으로 거론됐다. 유력 후보였던 김태흠 의원은 원내대표 선거 대신 충남지사 출마를 택했다. 윤 당선인의 신임이 두터운 권 원내대표가 출마를 선언하자, 고민하던 여러 후보가 의사를 접었다는 얘기도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권 원내대표의 승리로 국민의힘 내 권력 지형이 바뀔 것으로 전망했다. 친윤계가 당내 주류 세력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당내 분위기에 대한 의견은 갈린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지원하기 위해 대통령 중심의 주류 세력이 형성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과거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 간 갈등 구도처럼 주류와 비주류로 나뉘는 대립 구도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후보자 토론회에서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의 성공 시대를 열겠다”며 “윤 당선인과의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민심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할 말은 하는 원내대표가 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당내에 주류가 없다는 것은 오합지졸이라는 뜻이고, 비주류가 없다는 것은 견제 세력이 없다는 뜻”이라며 “주류와 비주류가 상호 존중하는 과정에서 건전한 긴장 관계가 만들어지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했다. 첫 시험대는 총리 인준·추경안 처리권 원내대표는 윤 당선인 취임 이후 국회에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끄는 거대 야당과의 협상을 지휘해야 한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 청문회가 첫 과제로 꼽힌다. 장관 후보자 청문회와 코로나19 손실 보상 관련 2차 추가경정예산안 협상도 주요 과제다. 권 원내대표는 “여야 협치를 우선하겠다”고 하지만, 상황에 따라 여론전을 동원한 여야 대치 국면도 불사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 관계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이 대표는 대선 과정 중 윤핵관을 향해 “당대표를 ‘패싱’한다”며 대립각을 세웠다. 권 원내대표는 이런 여론을 의식한 듯 당선 소감을 발표할 때 이 대표에 대해 “세대 포위론을 주창하면서 젊은 패기와 꾀주머니로 대선을 잘 이끌었다”고 추켜세웠다. 50여 일 앞으로 다가온 6·1 지방선거도 잘 치러야 한다.

권 원내대표는 검찰 출신으로 2009년 10월 재·보궐선거에서 강원 강릉에 출마해 당선된 이후 19·20·21대까지 내리 4선에 성공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일한 경력으로 인해 국회 입성 후 친이 막내로 분류되기도 했다. 2016년 12월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의결할 때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으로서 탄핵소추위원을 맡은 뒤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을 탈당해 바른정당에 입당했다. 이후 탈당과 재입당을 반복하면서 정치적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윤 당선인의 정치적 지원자로 나서면서 부활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