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보다 OTT(Over The Top, 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더 자주보는 30대 A씨는 웨이브·티빙·넷플릭스·멜론을 현재 구독 중이다. 하지만 A씨는 최근 일부 서비스는 탈퇴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월 마다 결제되는 4만3200원의 콘텐츠 구독료가 부담되서다.
A씨가 제일 먼저 탈퇴를 고려했던 서비스는 웨이브와 티빙이었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보기위해 뒀고, 멜론은 음악을 들어야 해서 남겼다. A씨는 "tvN이나 JTBC 예능은 웨이브에서 볼 수 없어서 티빙을 따로 구독했는데, 과소비 같아 포기했다"며 "지상파 예능이나 tvN 예능 정도는 같은 OTT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푸념했다.
최근 A씨와 같이 '티빙'과 '웨이브'의 콘텐츠를 한 군데서 몰아봤으면 좋겠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국내 콘텐츠를 한 플랫폼에서 몰아보면 이용자들의 편의성도 좋고, 더구나 점점 오르는 구독료도 부담이다.
온라인에서도 이같은 고민을 쉽게 볼 수 있다. 한 누리꾼은 "웨이브와 티빙을 합칠 수 없다면 두 개 구독시 할인해주는 프로모션이라도 하자"라고 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웨이브 티빙 통합해서 넷플릭스 가격정도로 올리면 토종 OTT도 경쟁력있을 것 같다"라고 했다.
국내 OTT 통합론...업계도 고민업계도 이용자들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통합론에 대한 반응이 흘러나오면서다.
OTT 통합론은 처음으로 띄운 곳은 웨이브다. 유영상 당시 SK텔레콤 MNO사업부장(현 SK텔레콤 대표)은 2020년 웨이브와 티빙의 합병을 제안했으나 CJ ENM 측은 해당 논의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번엔 KT와 CJ ENM이다. 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KT의 OTT인 시즌과 티빙의 합병 가능성이 있는가란 질문에 KT 측은 "정해진 건 없지만, 항상 열려있다"는 긍정적 답변을 내놨다. CJ ENM과 KT의 미디어 콘텐츠 분야의 협력이 강화되는 시점에 나온 발언이라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업계에서 조차도 OTT 통합이 거론되는 이유는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다. 2019년 웨이브가 지상파 OTT였던 '푹'과 SK텔레콤의 OTT '옥수수'와 합친 이후 토종 OTT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낸 게 좋은 예다. 웨이브와 티빙으로 양분된 국내 OTT 시장을 합쳐 넷플릭스를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는 이유다
당장 우후죽순격으로 생긴 OTT 통합이 진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OTT 업체의 출혈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인만큼, 협력 사례는 더욱 많아질 것이란 예측이다. 최근 KT와 CJ ENM이 대표적이다.
KT는 최근 CJ ENM과 상호협력위원회를 만들고 다양한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당장 다음달 skyTV가 선보이는 '이번주도 잘 부탁해'는 KT와 CJ가 공동제작하는 첫 작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OTT를 통합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문제지만, 통합이 아닌 협력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