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을 종이 자르듯"…경남스틸 "냉연 강판 가공 기술 초격차 벌릴 것"

입력 2022-04-07 14:33
수정 2022-04-07 14:58
철은 산업의 '쌀'로 불린다. 자동차와 가전, 건축을 비롯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중간재로서 빠짐 없이 활용되는 게 철이기 때문이다. 경상남도 창원에 위치한 경남스틸은 국내 최대 철강사 포스코의 냉연 강판 전문 가공업체다. 시어(SHEAR), 슬리터(SLITTER)를 비롯한 자동화 설비를 이용해 냉연코일을 자동차와 가전 등 수요 시장이 원하는 규격 등 사양에 맞게 절단 가공해 공급한다. 지난해 공급 규모는 34만t으로 코스닥시장에 상장돼 있는 냉연 강판 가공업체 중 최대 규모다. 이 회사의 최석우 대표는 "생산의 고속화와 함께 품질의 고급화에 힘을 쏟고 있다"며 "자동차 및 가전 시장 공략을 확대해 시장 지배력을 높여 나가겠다"고 7일 밝혔다.

경남스틸은 1990년 설립된 삼현강업이 전신이다. 최 대표 부친인 최충경 회장이 창업했다. 당시엔 냉연 강판 가공업체 중 후발주자에 속했지만 지금은 포스코의 냉연 강판 가공업체 18개 중 판매 규모에서 세운철강, 신라철강과 함께 '빅3'에 꼽힐 정도로 성장했다. 지난해 34만t어치를 팔아 매출 3422억원, 영업이익 68억원을 각각 올렸다. 최 대표는 "펄프를 가공해 A4, B5 등 종이별 규격에 맞게 자르듯 강판을 자동차, 냉장고 등 용도별로 가공하는 게 냉연 강판 전문업체"라고 설명했다. 철강업계는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부제철, 동국제강 등 4개 시장지배적 사업자별로 가공기업들이 나뉘어 있다. 포스코와 일하는 가공기업이 냉연과 열연을 합쳐 26개로 가장 많은 가운데 현대제철·동부제철 10개사, 동국제강 7개사 등이다.

수요 제품 규격에 꼭 맞게 오차 없이 정확하게 절단하는 능력이 경남스틸의 첫째 경쟁력이다. 최 대표는 "정확하게 절단하되, 평탄도(평평한 정도)가 높으면서 절단면은 매끄러운 게 남다르다"고 설명했다. 다품종 소량 가공이 가능한 것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그는 "다양한 규격의 제품이 많을수록 가공도 힘들어지기 마련"이라며 "다른 업체들이 잘 취급하지 않는 사양까지 처리한다는 게 입소문 난 덕분에 찾아오는 신규 고객들이 적잖다"고 했다. 이어 "가공 과정에서 로스(손실)를 최소화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여주는 것도 경남스틸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규격별로 절단된 강판은 자동차 업계와 가전업계에서 대부분 사간다. 작년 기준 경남스틸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완성차 30%, 자동차 부품사 30%, 가전 30% 등이다. 작년엔 가전 시장이 코로나19 등 영향으로 호황을 보인 덕분에 가전용 매출이 적잖이 늘어나면서 회사 전체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올해도 가전이 끌고 자동차가 밀면서 4000억원(36만t) 안팎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석우 대표는 "점점 더 가볍고 강도가 높으면서도 고급스러운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철강 제품 품질에 대한 눈높이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앞으로 냉연 강판 가공 기술 초격차를 벌려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