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택담보대출이 6%대를 돌파한 가운데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이 주담대 금리를 인하했다. 가계대출이 석 달 연속 감소하면서 대출 영업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진 데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예대금리차 관련 공약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 5일부터 혼합형(고정금리) 주담대 금리를 최대 0.45%포인트 내렸다. 변동형 금리는 0.15%포인트 조정했으며, 다음 달 1일까지 인하된 금리를 적용한다.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한시적으로 주담대 금리를 0.1~0.2%포인트 인하한 데 이은 조치다.
농협은행은 8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0.3%포인트 인하한다. 지난 1월과 2월에도 각각 0.2%포인트, 0.1%포인트 낮춘 만큼 총 금리가 0.6%포인트 내려가게 된다. 우리은행은 5월 말까지 신규 주택·오피스텔 담보대출 금리를 0.2%포인트 인하한다.
시중은행이 주담대 금리를 인하한 이유는 주담대 금리가 급등하면서 대출 수요가 추가로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최근 시장금리가 급등하면서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6%대를 넘은 상황이다. 농협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도 지난 5일 기준 5.10~6.00%를 기록했으며, 우리은행은 4.24~6.15%를 나타냈다.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은 석 달 연속 줄고 있다. 이들 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703조1937억원으로 2월 말보다 2조7436억원 감소했다. 감소 폭은 1월(1조3634억원), 2월(1조7522억원)보다 더 확대됐다.
차기 정부를 의식해서 대출금리를 인하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과도한 예대금리차(대출이자와 예금이자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예대금리차 공시제도' 도입을 공약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 은행들의 신규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1.86%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1.8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 윤 당선인은 생애 최초 주택을 구매하는 가구를 대상으로 주택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을 80%까지 높이고, 나머지 가구엔 70%로 단일화하겠다고 공약했다.
향후 주담대 금리 인하는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 영업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고, 새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 등 선제적 대응 취지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대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대출 금리를 내리는 방식으로 금리 인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 대출 금리는 기본금리와 가산금리를 더한 뒤 우대금리를 빼는 것으로 책정된다.
하지만 은행권의 가계대출이 다시 증가세로 전환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현기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출 규제가 완화된다면 대출 성장은 기존 전망치보다 상향 조정되는 것이 현실적이지만, 금리 상승으로 인해 기대감을 크게 가지긴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연초부터 금리 상승에 따른 차주의 부담이 늘어나면서 대출 증가세가 감소한 바 있다"고 짚었다.
일각에선 4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최근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4%대를 나타내고, 올해 연간으로는 지난 2월 전망치(3.1%)를 크게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추가 기준금리 인상 시점은 총재가 취임한 후 수정 경제전망도 발표되는 5월 금통위가 더 적절할 것으로 판단하지만, 4월 기준금리 인상도 배제하기 어렵다"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이 글로벌 중앙은행의 공동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기 때문에,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대응이 적절하다"고 내다봤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