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책연구원 성과평가 주기를 현행 1년에서 3년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 중(한경 7일자 A1, 3면)이라고 한다.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 원장을 비롯해 임기가 2년 이상 남은 친(親)정부 기관장이 즐비한 가운데, 결국 이들의 3년 임기를 보장하려는 시도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정권 이양기 헌법기관 요직과 공공기관장 ‘알박기’ 논란이 국책연구원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국책연구원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국무조정실(총리실)은 일단 연구기관의 자율성·책임성을 강화하고, 연구 몰입 환경 조성, 중장기 융복합 연구 활성화를 위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일리가 없지 않다. 그러나 융복합 연구의 필요성 정도만 최근 부각된 과제일 뿐, 나머지는 오래전부터 제기돼온 것들이었다. 만약 2017년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연구원장들에게 ‘줄사표’를 강요했을 때 이런 제도 개편안을 내놨다면 어땠을까. 문재인 정부가 받아들였을 리 없다. 작년 6월 국무총리와 경제·인문사회계 연구기관 간 간담회를 하고 나서야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했고, 제도 개편을 추진하게 됐다는 설명도 군색하기 이를 데 없다. 시기적으로 속이 너무 뻔히 보이는 개편이다.
‘알박기’ 논란은 문 정부 5년간 보여온 국책연구기관들의 ‘정권 코드 맞추기’ 행태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상당수 연구 결과가 정권 입맛에 맞게 생산돼온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집값 급등에 언론 보도 영향이 컸다는 국토연구원 연구자료가 대표적이다. 보유세 실효세율(보유세액/부동산 총액) 지표를 활용해 한국의 보유세 비중이 선진국 대비 낮다고 강변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는 통계 조작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많다. OECD 공식 통계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중’을 애써 외면했기 때문이다. 원전 발전 단가를 부풀려 원전 효율성이 낮다는 연구자료를 발표한 에너지경제연구원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정권 입맛에 맞게 코드를 맞춰준 원장들의 임기를 지켜주면서 새 정부 국정 방향에는 꼬투리를 잡게 하려는 속셈은 아닌지 의심할 만한 상황이 아닌가. 평가주기 연장으로 연구기관 운영을 관리·감독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것도 큰 문제다. 총리실은 당장 관련 정부출연기관법 시행령 개정을 중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