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서 고개를 든 재건축 기대감이 수도권으로 번지고 있다. 경기도 과천과 평촌 등 수도권에서도 '억' 단위로 상승한 신고가가 나왔다.
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과천주공 4단지' 전용 73㎡가 16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동일 평형 직전 거래가인 지난해 7월의 14억3500만원에서 1억8500만원 뛰었고, 이전 최고가인 15억2000만원과 비교해도 9000만원 상승한 신고가다.
신고가의 동력은 재건축이다. 과천주공 4단지는 이날 관리처분계획 수립을 위한 정기총회를 연다. 연내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고 이주도 이르면 오는 8월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시공사는 GS건설이며 재건축을 통해 최고 35층 약 1500가구 규모 단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별양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서울이나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재건축 사업이 아주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감정평가액 등의 고지도 끝나 추가분담금도 계산할 수 있는데, 재건축을 마친 단지에 비해 저렴해 상승 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 정부에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 규제 손질이 예정됐다는 점도 긍정적"이라며 "현재 매물을 기준으로 보면 약 16억원에 전용 59㎡ 새 아파트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과천주공 4단지 인근에 지난해 입주한 '과천자이' 전용 59㎡는 호가가 19억원대에 형성됐다. 공원을 사이에 두고 위치한 '과천푸르지오써밋' 전용 59㎡는 지난해 11월 17억4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적지 않은 시세차익이 예상되는 데다, 재건축 규제까지 덜어지면서 사업이 더욱 순항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진 것이다.
과천 옆 1기 신도시인 평촌에서도 신고가가 나왔다. 안양시 동안구 범계동 '목련 7단지' 전용 133㎡는 지난달 직전 거래보다 2억2000만원 오른 17억원에 손바뀜됐다.
범계동의 공인중개사는 "당장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진 않은 단지"라면서도 "대형 평형이 많아 재건축이 예상되고, 1기 신도시 재정비에 대한 기대감도 확산하고 있다"고 했다. 동안구 전체 집값은 하락세에 있지만, 재건축 기대감이 있는 곳은 가격이 높게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강남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가 가시화하면서 신고가 거래가 이어졌다. 1983년 준공된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 11차' 아파트 전용 183㎡는 직전보다 7억5000만원 상승한 59억5000만원에 신고가를 썼고 대치동 개포우성1차 전용 158㎡는 51억원에 팔리며 2년 5개월 만에 실거래가가 16억5000만원 상승했다. 강남에서 시작된 재건축 단지 기대감이 인접한 수도권까지 확산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정밀안전진단 기준 조정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완화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 특별법 등을 공약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정부와 재초환 개편 작업에 착수하는 등 공약 이행에 나서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재건축을 앞둔 단지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다.
재초환은 재건축 사업으로 얻는 이익의 일부를 세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초과이익이 조합원 1인당 3000만원을 넘기면 10~50%를 세금으로 걷는다. 2006년 노무현 정부에서 도입됐지만, 이후 정부에서 유예되던 것이 현 정부에서 부활했다. 2018년부터 대상 단지에 부담금 예정액이 통지되자 미실현 이득 과세, 이중과세 등의 이유로 위헌 소송에 휘말렸지만, 2019년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인수위는 재건축 부담금 부과율 상한을 현행 50%에서 25%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수위 관계자는 "도심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해 현행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개편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상한율을 25%로 낮추는 것 외에도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3000만원인 부담금 면제 기준액을 높이는 안과 1주택 장기보유자의 부담금을 감면해주는 방안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부담금이 완화되면 강남을 비롯한 수도권 주요 노후 단지에서 재건축 사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강남 재건축 단지의 경우 1인당 부담금이 4억~5억원에 달해 사업이 멈추어 서거나 리모델링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다만 재건축 부담금 제도 손질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개정 사항이어서 더불어민주당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도를 무력화하는 것이 아니라 조합이 부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부담금을 현실화하자는 취지라면 제도를 도입한 더불어민주당도 반대하기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부담금이 준공 때까지 예측 불가하고 집값 변동에 따라 차이가 크다는 문제도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