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내내 시들지 않는 꽃이 있다. 활짝 핀 절정의 모습 그대로다. 계절이 바뀌고 해가 넘어가도 꽃의 빛깔과 모양이 선명하다. 꽃 마니아에게 귀한 대접을 받는 ‘프리저브드 플라워(보존화)’ 얘기다. 시들지 않는 꽃처럼 영원한 사랑을 고백할 때,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오래 간직하고 싶을 때, 늙고 싶지 않은 인간의 욕망을 투영하듯 프리저브드 플라워는 그렇게 우리 품으로 온다. 3년 내내 활짝…꽃의 마법
프리저브드 플라워는 생화를 탈수, 탈색, 건조하는 특수한 과정을 거쳐 약 3년간 꽃의 빛깔과 모양을 유지시킨다. 생화의 질감 그대로 오랫동안 감상할 수 있는 게 매력으로 꼽힌다.
꽃을 고급스럽게 즐기는 방법으로 이만한 게 없다고 꽃 마니아들은 입을 모은다. 시들지 않는 꽃을 내 손으로 만든다는 특별한 경험 때문이다. 요즘 꽃 시장에선 프리저브드 플라워를 이용해 꽃다발이나 꽃병, 소품 등을 만드는 ‘원데이 클래스’가 주목받고 있다. 생화 꽃꽂이보다 손이 많이 가고 시간, 비용을 더 쏟아야 하는데도 꾸준히 찾는 사람이 많다.
7일 서울 문래동 프리저브드 플라워 전문점 ‘지오지오’를 찾아 장미, 수국, 스카비오사 등으로 만든 프리저브드 플라워로 화분 소품을 꾸며봤다. 주재료 대부분 생화가 가장 아름답게 피었을 때 따서 보존 처리한 상태였다. 생화처럼 부드러운 촉감과 탄력이 인상적이다. 생화를 말려 바삭바삭하게 부서지는 ‘드라이 플라워’와는 또 다르다. 프리저브드 플라워 꽃다발이나 소품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9만원부터다. 같은 크기의 생화로 만들 때보다 두 배 이상 비싸다. 권미라 지오지오 플로리스트 겸 대표는 “프리저브드 플라워는 생화를 프리저브드 전용 용액에 담갔다가 다시 색을 입힌 것이어서 기본 재료비가 많이 든다”며 “‘이 정도 비용은 내겠다’며 구매 또는 수강을 신청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각 꽃송이를 둘러싼 꽃잎 9장을 떼어낸 뒤 꽃잎을 글루(본드)로 하나씩 붙였다. 꽃송이를 더 풍성하게 만드는 작업이다. 꽃송이마다 줄기를 만들어 화분에 꽂고 고정시켰다. 권 대표는 “꽃의 높낮이와 전체적인 색감을 고려해야 한다”며 “큰 꽃은 화분 아래쪽에 배치하는 등 완성했을 때 모습을 상상하며 디자인해 보라”고 했다. 잎 나뭇가지 열매 등 다양한 소재를 함께 꽂아 풍성한 분위기를 살렸다. 식물 수족관도 볼거리
이렇게 만든 프리저브드 플라워는 약 3년간 보존할 수 있고 약간의 관리만 해주면 5년 이상 꽃의 색감과 촉감을 유지한다. 관리 방법은 간단하다. 직사광선을 피하고 실내 그늘진 곳에 두면 된다. 생화와 닮은 모습이지만, 보관 방법은 조화를 놔두듯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권 대표는 “물을 주지 않아도 돼 식물을 잘 키우지 못하는 이들도 쉽게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리저브드 플라워나 드라이 플라워를 투명한 병에 넣는 ‘하바리움’ 소품으로 즐기는 방법도 있다. 하바리움은 식물표본이라는 일본말이 굳어진 것이다. 투명한 병에 보존 기능이 있는 하바리움 오일과 프리저브드 플라워, 드라이 플라워를 넣어 디자인한다. 수족관에 식물을 넣고 즐기는 형태다. 생화는 수분을 머금어 곰팡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사용하면 안 된다. 권 대표는 “생화를 오랫동안 보며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며 “코로나19 이후 실내 활동이 많아진 만큼 집안에 특별한 소품을 두면 색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