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클럽 사러갔다가…" 30년 불황 일본 골프업계 '반전'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입력 2022-04-07 12:21
수정 2022-04-07 13:04

일본에서 중고 골프클럽이 신품과 비슷한 가격에 거래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30년 가까이 쪼그라들던 일본의 골프 시장에 젊은 층이 몰려들면서 나타난 변화다.

7일 대형 골프용품 업체인 골프파트너에 따르면 2021년 중고 골프클럽의 가격은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에 비해 17% 올랐다. 중고 골프클럽 매출도 21% 늘었다.

일본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브리지스톤의 '투어 스테이지 V002' 시리즈는 캐디백을 포함한 세트 가격이 7만9000엔(약 77만8016원)에 거래된다. 초심자용 세트는 8만1000엔으로 신품과 가격차가 2000엔에 불과하다.

희소성이 있는 고급 클럽은 중고가 더 비싼 경우가 있지만 일반적인 중고 클럽의 가격은 신품보다 20% 가량 낮은 수준에서 거래된다. 골프파트너 관계자는 "최근에는 고급 클럽이 아니어도 중고품과 신품의 가격이 거의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말했다.

골프 클럽의 수요는 급증했는데 공급이 달리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일본에서도 코로나19를 계기로 골프가 뜨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합한 스포츠로 인식되면서다.

총무성 가계조사에 따르면 2021년 세대당 골프장 지출 요금은 1년 만에 0.5% 증가했다. 특히 29세 이하 젊은층의 지출 규모는 1년새 2배 급증하면서 3년 연속 늘었다.

골프는 일본의 대표적인 사양산업이었다. 1995년 이후 일본의 골프인구는 60% 이상 줄었다. 최근 5년 동안에도 2015년 964만명, 950억엔이던 시장 규모가 2020년 891만명, 799억엔으로 감소했다.

'중년 남성 스포츠'의 이미지도 바뀌고 있다. 나가하마 도시히로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원격근무 확산 등으로 주중에도 골프를 즐길 수 있게 되면서 식도락과 노래방, 여행이 주류였던 젊은층의 오락수단이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고 클럽의 인기는 골프 인구가 젊어지는 것과 관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우시쿠보 메구미 트렌드 평론가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시작했지만 언제 질릴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 중고 클럽을 사는 사람이 늘었다"고 말했다. 젊은 층은 일상적으로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를 활발하게 이용하기 때문에 중고품에 대한 저항도 약하다는 분석이다.

반면 골프클럽의 공급은 수요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공급망 혼란으로 고무와 같은 원재료가 부족한 영향이다. 해상 물류대란도 공급난을 부추기고 있다.

젊은 층들이 골프장에 몰려들면서 고가의 회원권 가격이 오르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골프장의 예약이 어려워지자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골프장 회원권을 구입하려는 수요가 늘어서다. 간토골프회원권거래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간토지역 골프장의 회원권 평균 가격은 223만엔으로 작년 7월 이후 8개월 연속 200만엔을 웃돌았다.

회원권 중개업체 사쿠라골프 관계자는 "300만~500만엔대 골프장 회원권의 가격 인상률이 약 2%로 가장 컸다"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