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풀 꺾인 IPO시장…'공모가 흥행' 확 줄었다

입력 2022-04-06 15:05
수정 2022-04-07 10:27
상장 예정 주식을 비싼 값에라도 배정받으려는 공모주 수요예측 열기가 올해 들어 크게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확정 공모가액이 싸졌지만, 그렇다고 투자수익률 개선으로 이어지진 못하고 있다. 공모가에 거품이 여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급감한 ‘기대 이상’ 공모가6일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1분기 수요예측을 진행한 기업 20곳 중 55%가 희망가격 범위 상단 또는 그 이상으로 공모가를 결정했다. 두 곳 중 한 곳 이상이 기대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은 셈이지만, 작년 86.4%와 비교해 크게 낮아진 값이다.

공모가액을 결정하는 기관의 수요예측 참여 열기를 반영하는 이 비율은 2018년 이후 3년 만에 최저다. 2019년엔 66.7%, 2020년엔 80.0%였다.


희망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공모가를 확정하는 사례도 늘었다. 여성 빅사이즈 전문 쇼핑몰 공구우먼을 비롯해 빅데이터 기업 모아데이타, 보험대리점 업체 인카금융서비스, 벤처캐피털 스톤브릿지밴처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희망가격 하단보다 20~30% 낮은 가격에 일반투자자 청약 접수를 진행했다.

수요예측 열기가 식으면 공모주를 합리적인 가격에 배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상장 이후 매수 수요까지 움츠러든 탓에 투자 수익률도 눈에 띄게 낮아졌다.

올 1분기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과 리츠를 제외한 공모기업의 평균 수익률은 43.9%로 나타났다. 역대 최고 수익률을 냈던 지난해(54.9%)보다 10%포인트 이상 낮아졌다.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에 못 미치는 종목이 8곳으로 40%에 달하면서 평균 수익률을 끌어내렸다. 이 중 7곳은 시초가도 공모가를 하회했다.투자수익률은 공모가액이 희망가격 상단을 넘어선 기업이 대체로 더 좋게 나왔다. 기관의 인기 공모주에 일반청약이 몰리고, 상장 후 거래도 활발했기 때문이다.

시초가가 공모가 대비 두 배를 기록한 종목은 케이옥션, 스코넥, 아셈스, 퓨런티어, 비씨엔씨, 세아메카닉스 등이다. 이 중 케이옥션과 아셈스만 희망가격 상단에 공모가를 결정했고 나머지는 모두 상단보다 공모가를 올린 기업이다.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은 오토앤과 유일로보틱스였다. 자동차 부품 판매업체인 오토앤은 공모가 대비 주가가 4배 이상으로 치솟았고 로봇 개발사 유일로보틱스도 공모가의 2배 이상에 주가가 형성돼 있다.

투자은행(IB) 업계는 2분기부터 공모주 시장이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업가치가 조(兆) 단위 대어들이 나와 흥행몰이에 나설 예정이어서다.

다음달에는 SK스퀘어의 계열사 원스토어(공모가 3만4300~4만1700원)와 SK쉴더스(3만1000~3만8800원)가 잇달아 청약에 나선다. 원스토어의 희망공모가 범위 기준 시가총액은 9100억~1조1000억원, SK쉴더스는 2조8000억~3조5000억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스토어의 기업가치는 최대 2조원, SK쉴더스는 4조원대로 거론됐는데, 공모가가 범위 하단으로 정해진다면 충분히 투자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이달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하고 각각 5월 2~3일과 9~10일 일반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유가증권시장에는 5월 중순 입성한다.

이 밖에도 차량 공유플랫폼 쏘카와 교보생명보험, 현대오일뱅크 등이 2분기 상장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3분기에는 새벽 배송업체 컬리, 수소연료전지 개발사 범한퓨얼셀, 골판지 제조사 태림페이퍼 등이 공모주 시장을 달굴 예정이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