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견'으로 유명세를 탄 경태, 태희의 보호자가 강아지 수술비 명목으로 수천만 원의 후원금을 모금한 뒤 잠적했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지난 4일 택배기사 A씨를 사기·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A 씨는 22만 팔로워를 보유한 인스타그램 '경태희아부지' 계정을 통해 반려견들의 치료비가 필요하다며 계좌를 공개해 후원금을 모금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계정을 팔로우하는 네티즌들에게 개인별로 메시지를 보내 돈을 빌린 뒤 잠적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경태, 태희가 심장병 진단을 받았는데 누가 차 사고를 내고 가버려서 택배 일도 할 수 없다"며 "힘들어 삶을 내려놓고 싶다"는 글을 게재했다.
한 사람당 1000원씩 후원금을 모아 예상보다 빠른 시간에 큰돈을 마련한 A 씨는 후원금의 20%를 제외하고 전부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허가받지 않은 1000만원 이상의 개인 후원금은 돌려줘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순차적으로 환불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환불은 이뤄지지 않았고 통장 내역도 공개하지 않았다.
A 씨가 반려견의 이름을 빌려 빌린 돈은 수천만 원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반려견 두 마리의 심장병 치료에 쓰인 돈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 초까지 277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A 씨는 인스타그램을 폐쇄하고 잠적했다.
A 씨의 반려견 경태와 태희는 A 씨 여동생과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A 씨 여동생은 후원금 횡령은 하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 택배회사에서 근무 중인 A 씨는 자신이 모는 택배 차량에 유기견이었던 강아지 경태를 태우고 다니는 모습을 공개해 화제가 됐다. 그가 일하는 회사는 경태와 태희를 '명예 택배기사'로 임명하기도 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