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청약, 더이상 공짜는 없습니다"…투자자들 '분통'

입력 2022-04-06 08:07
수정 2022-04-06 14:04

공모주 온라인 청약 무료시대가 저물고 있다. 온라인으로 공모주 청약을 할 때도 고객에게 수수료를 받겠다는 증권사가 늘고 있어서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증권사들이 수조원에 달하는 청약증거금으로 이자수익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에게 청약 수수료까지 물리는 건 지나치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다음달 12일부터 온라인/ARS를 통해 공모주 청약시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단 탑클래스, 골드등급은 고객 수수료를 면제한다.

공모 한 건당 수수료는 2000원으로 공모주를 배정받지 못한 경우에는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현재 오프라인(유선·지점) 청약 시에는 기존대로 5000원의 수수료를 낸다. 공모주 청약 수수료 징수 방법 또한 변경됐다. 기존에는 청약신청일(선불)에 수수료가 부과됐으나 변경 후에는 환불일(후불)로 바뀐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온라인 공모주 청약 고객 증가로 인한 지원 업무 증대 및 전산 관련 운영 비용 증가로 주요 증권사들이 온라인 청약 수수료를 받고 있다"며 "당사 역시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온라인 청약 수수료를 신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투자도 온라인 청약 수수료 부과에 동참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전날부터 온라인·ARS로 공모주 청약 시 수수료를 받기로 했다. 베스트 이상 등급은 수수료가 면제되지만 클래식 등급은 1000원, 일반 등급은 2000원이 부과된다. 공모주 미배정 시에는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신한금융투자는 "고객 등급별로 수수료 우대 조건이 있어 실효성있게 변경되는 것"이라며 "신한금융그룹 차원에서 고객 등급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그룹사를 이용하면 일반 투자자들도 수수료를 우대받을 수 있는 등급에 적용된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한국투자증권과 SK증권을 제외하면 대다수 증권사들이 온라인 청약 수수료를 받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온라인 청약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하면서 KB증권, 대신증권, 하나금융투자 등으로 번졌다. 현재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고객 등급에 따라 1000~2000원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온라인 청약에도 수수료를 부과한 배경에는 균등배분으로 청약건수가 크게 늘면서 온·오프라인 업무가 마비되는 상황이 자주 벌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청약 광풍으로 고객이 늘면서 공모주 청약 진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최소한의 시스템 유지와 인건비 등을 충당하기 위해 수수료를 받는다는 입장이다.

투자자들은 온라인 청약 수수료마저 당연시되는 상황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공모주 청약에서 개인투자자가 받을 수 있는 물량은 소량에 불과한데 여기에 수수료까지 내고 나면 기대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증권사들이 거래대금 폭증과 기업공개(IPO) 활황 등으로 큰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온라인 공모주 청약 수수료를 고객에게 전가하는 것은 너무하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국내 증권사들은 주식투자 열풍에 힘입어 잇따라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작년 투자자들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증권사들의 주식 중개 수수료 수입도 함께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2020년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긴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이 유일했다. 그러나 작년에는 미래에셋(1조4858억원)을 비롯해 NH투자(1조3166억원)·삼성(1조3110억원)·한국투자(1조2889억원)·키움(1조2088억원) 등 증권사 5곳이 이름을 올렸다.

증권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는 "NH투자증권이 대형 증권사 가운데 온라인 청약 수수료를 안 받는 유일한 곳이었는데 아쉽다", "증권사들이 공모주 청약증거금 이자 챙기는 것도 모자라 이제 수수료까지 뺏어간다"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 온라인 청약 수수료가 면제되는 증권사는 키움증권과 DB금융투자, 유진투자증권 정도다. 이들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온라인 공모주 청약과 관련해 별도의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며 "온라인 청약 수수료 부과에 대해서도 당장 검토하거나 계획된 건 없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