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까지 잇단 봉쇄…멀어지는 中 '5% 성장'

입력 2022-04-05 17:34
수정 2022-04-06 00:50
중국에서 코로나19 안전지대로 분류되던 수도 베이징에서도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지난달 시작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발 확산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은 확진자가 나오면 주거지 주변까지 봉쇄하는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전국 주요 생산시설 가동이 중단되고 물류에 차질을 빚으면서 “정치 방역에 경제가 희생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부활동 줄이는 중국인 5일 베이징 차오양구 왕징의 랜드마크 소호빌딩. 6만㎡ 부지에 들어선 높이 200m 건물 3개 동이 모두 폐쇄됐다. 평소 수천 명이 드나드는 빌딩엔 보안요원 몇 명만 눈에 띌 뿐이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것은 1개 동이지만 베이징시 보건당국은 3개 동 모두 봉쇄했다.

소호에서 200m가량 떨어진 왕징시위안3단지 아파트도 전체가 봉쇄됐다. 전날에는 확진자가 나온 1개 동의 출입만 통제했지만 이날 20여 개 동 전체로 대상을 확대했다. 베이징에선 지난 4일 하루 동안 10명의 감염자가 발생했다.

중국은 왕징의 사례처럼 확진자가 한 명 나오면 해당 빌딩이나 아파트 단지를 모두 봉쇄한다. 확진자의 동선을 추적해 밀접접촉자는 음성이 확실해질 때까지 시설에 격리한다. 시간과 장소가 겹치는 사람들도 1주일간 자가격리를 강제한다.

이런 강력한 통제 때문에 최근 중국 사람들의 이동은 급격히 줄고 있다. 왕징 지역에서도 식당 체육관 등 실내 시설 이용자가 급감했다. 혹시나 있을지 모를 봉쇄에 대비해 생필품을 사려는 사람들로 대형마트만 북적이고 있다. 봉쇄지역에서 시위도 발생중국 보건당국에 따르면 4일 중국에선 1만6412명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2019년 말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하루 최고 기록이다. 우한 사태가 한창이던 2020년 2월 13일(1만5115명) 기록도 넘어섰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유입된 지난달부터 전날까지 누적 감염자는 15만8000여 명에 이른다.

중국만 놓고 보면 감염자가 크게 늘었지만, 하루에 수십만 명씩 확진자가 발생하는 한국 등에 비하면 비교적 안정적인 숫자다. 전염력이 높은 대신 치명률이 낮은 오미크론 변이의 특성과 강력한 통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방역 강도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홍콩중문대는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해 올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3.1%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량셴핑 홍콩중문대 교수는 “코로나19가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져 방역 정책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UBS는 올해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5.4%에서 5.0%로 하향하면서 통제 장기화 시 5%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봉쇄된 도시에선 시민들의 항의 시위도 벌어지고 있다. 공권력이 강력한 중국에선 보기 드문 광경이다. 상하이의 봉쇄된 아파트단지 주민들이 보건당국이 쳐놓은 바리케이드를 밀쳐내는 장면이 중국 소셜미디어에 수시로 올라왔다가 삭제되고 있다. 정치화된 코로나19 통제중국 지도부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할 방침이다. 관영매체들은 ‘3월 이후 코로나19 사망자가 2명뿐’이라든가 ‘주변국에 비해 감염자가 훨씬 적다’ 등의 정책 효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 안팎에선 이미 방역정책이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정치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공산당은 미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할 당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실패를 비판하면서 자국의 체제(특색 사회주의)가 우월하다는 근거로 제시했다. 정책을 변경해 감염자가 급증하는 상황을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게다가 올가을에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결정하는 공산당 20차 당대회가 열린다. 당대회까지 관료 조직의 긴장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강력한 통제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