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패션의 ‘일본 침공’이 가속화하고 있다. 레깅스 브랜드 젝시믹스, 동대문 패션 플랫폼 브랜디 등이 현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데 이어 한섬의 핸드백 브랜드 ‘덱케(DECKE·사진)’가 일본 편집숍 업체들의 요청을 받고 일본시장에 진출하기로 했다.잇따르는 일본 진출
5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한섬이 2014년 출시한 토종 핸드백 브랜드 덱케가 일본에 진출한다. 20만~30만원대 합리적 가격에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으로 국내에서는 ‘가성비백’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한섬은 이에나, 플라주, 노블, 앙쉐르망 등 일본의 유명 편집숍 업체 8곳과 계약을 맺고 봄·여름 시즌부터 판매에 나선다.
덱케의 이번 일본 진출은 SNS를 통해 이 브랜드를 접한 일본 측 바이어가 한섬에 먼저 접촉해 패션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일본 바이어는 덱케가 통상 연중 봄·여름(S/W), 가을·겨울(F/W) 두 차례로 나뉘어 있는 출시시즌을 파괴해 1년에 여섯 차례에 걸쳐 신상품을 내놓는 것을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다른 한국 브랜드들이 일본에서 대박을 터뜨려 K패션의 일본 내 성공이 어느 정도 검증된 것도 자양분이 됐다. 2019년 일본에 진출한 레깅스 브랜드 젝시믹스가 대표적 사례다.
젝시믹스는 지난달 일본 최대 온라인 쇼핑몰 라쿠텐의 스포츠웨어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지난 2월 문을 연 일본 요코하마 라조나플라자 팝업스토어에는 젝시믹스를 사려는 소비자들이 긴 줄을 늘어선 게 현지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국산 필수소비재의 호감도가 올라가면서 일본 수출은 꾸준히 증가 추세다. 패션·음식료·뷰티 등이 포함된 통계청의 ‘국가별 온라인 해외 직접 판매액’ 자료에 따르면 작년 일본으로의 온라인 판매액은 2456억원으로 2020년(2204억원) 대비 11.4% 증가했다. 지난해 중국으로의 판매액이 30.8% 쪼그라든 것과 대조적이다.왜 인기인가
일본은 ‘갈라파고스’로 비유되는 특유의 보수성으로 한국산 휴대폰·자동차·가전 제품 등이 맥을 못 추는 나라다. 하지만 K패션만큼은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이어진 한류를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어왔다.
최근엔 넷플릭스를 통한 ‘사랑의 불시착’ 등 드라마 흥행에 힘입어 K패션에 대한 선호가 전 연령대로 확산했다. 일본 라쿠텐그룹이 시행한 ‘일본 여성 연령별 주요국 패션 선호도’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본 여성들은 10대부터 60대까지 전 연령층에서 한국 패션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한국에서 인기있는 품목을 실시간으로 일본에 보낼 수 있는 물류 혁신도 힘을 보탰다. 동대문 브랜드를 주로 취급하는 온라인 패션 플랫폼 브랜디의 경우 동대문 풀필먼트 센터에서 일본까지 늦어도 6일 안에 배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동대문 패션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가 높지만,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부터 제작에 들어가 2일 뒤에야 배송을 시작할 수 있는 게 한계로 지목돼왔다. 브랜디는 빅데이터를 활용, 선호도가 높은 상품을 선입고해 배송시간을 최대한 당길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최다혜 브랜디 일본사업실장은 “아마존과 같은 반품 없는 환불 시스템도 갖출 예정”이라고 말했다.일본을 아시아의 교두보로국내 패션·플랫폼 기업들은 ‘입맛’ 까다로운 일본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데 성공할 경우 아시아 전역에서도 먹힐 것이란 인식을 하고 있다. 그런 만큼 일본을 아시아 진출의 교두보로 삼으려는 곳이 많다.
한섬은 일본 진출을 시작으로 싱가포르 등 다른 지역으로의 판로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젝시믹스는 이번 성공을 바탕으로 올 하반기 중국 스포츠웨어 시장에 진출한다는 생각이다. 국내 스트리트 브랜드 키르시, 아더에러 등도 이런 경로를 구상하고 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