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남성이 대세를 이루던 정비업계(재건축·재개발) 조합장 자리에 소통 능력과 섬세함을 앞세운 여성들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정비사업이 재테크 수단으로 주목받으면서 3040 조합원이 늘어나는 등 성별과 연령이 이전에 비해 다양해진 요인으로 분석된다.
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광진구 자양7구역재건축정비사업 조합은 지난 2일 정기총회에서 40대 여성인 이지원 후보(48)를 새 조합장에 선임했다. 이 조합장은 재적 조합원 265명 중 160표를 얻어 60대 남성 후보(99표)와 61표 차이로 당선됐다. 한강변 노후 주택이 몰린 자양7구역은 강남 접근성이 뛰어나 투자자들의 관심이 많은 지역이다.
이 조합장은 소통 능력을 당선 요인으로 꼽았다. 이 조합장은 “선거 기간에 조합의 모든 업무를 신속하게 공개하고 조합원들과 소통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조합원의 연령층이 다양해진 점도 당선에 도움이 됐다. 자양7구역 조합에 따르면 조합원 350명 중 1970~1980년대생 조합원은 130명으로, 전체의 40% 수준이다. 이 조합장은 “특히 젊은 조합원들의 지지가 컸다”며 “‘3·6·9(30억원대 40층 이상 초고층·6년 안에 착공·2029년 입주)’와 같이 구체적인 목표가 젊은 층의 호응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서울 지역 핵심 사업장에도 여성 후보가 출사표를 냈다. 사업 규모만 1조원에 달해 올해 재개발 최대어로 꼽히는 서울 용산구 한남2구역 조합은 오는 9일 정기총회를 열고 조합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여성인 기호 1번 이명화 후보와 남성인 기호 2번 박흥순 후보가 경쟁한다.
여성 조합장 후보들은 주로 섬세함과 조합원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조합 집행부는 수납장, 마감재 등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결정해야 한다”며 “물론 남성도 꼼꼼하게 결정할 수 있지만 여성들이 일반적으로 주거 트렌드를 잘 알기 때문에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 조합장이 이끈 서울 삼성동 상아3차 재건축(현 센트럴아이파크) 등의 순조로운 사업 진행도 여성 후보들의 약진에 도움이 되고 있다. 상아3차 재건축은 조합 설립(2011년 10월)부터 착공(2015년 8월)까지 단 4년 만에 끝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이 순조롭게 이뤄지기 위해선 조합원들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여성, 젊은 층 등 다양한 조합원이 조합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변화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