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걷다 보면 바닥에 박혀 있는 붉은 색 나무 말뚝(말목)을 한 두 번은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사실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말목이지만 나름대로의 역할이 있습니다. 바로 경계점 표지랍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쉽게 보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지금까지는 나무에 붉은 색 페인트를 칠해 사용해왔습니다. 하지만 공간정보관리법 시행 규칙이 오는 6일 개정됩니다. 개정 직후 바로 시행되는 공간정보관리법에 따르면 이제는 페인트 작업 없이 원목 재질을 그대로 사용해야 합니다.
경계점 표지는 지적 측량을 완료하면 경계점 위치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설치하는 말목입니다. 생각보다 꽤 많은 말목이 사용됩니다. 한해 평균 302만개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경계점 표지의 붉은 색 도장에 사용되는 페인트만 15톤에 달합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경계점 표지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지적 측량 수행 기관인 한국국토정보공사와 붉은 색 도장을 하던 경계점 표지를 친환경 소재로 바꾸기로 협의했습니다. 이를 의무화하기 위해 관련 규정을 바꾼 것이죠.
지금까진 육안 식별이 용이하도록 붉은 색 도장이나 붉은 색 보호 캡을 사용했는데, 땅에 묻히게 되는 붉은 색 도장 부분을 원목으로 변경하기로 한 겁니다. 이번 개정을 통해 경계점 표지에 사용된 15톤 분량의 붉은 색 페인트 작업을 생략할 수 있게 됐습니다. 경계점 표지 1개당 5.5%의 경제적 절감 효과와 함께 페인트 사용 때 발생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제거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일종의 탄소 저감 효과죠.
강주엽 국토교통부 국토정보정책관은 "앞으로도 지적 측량 현장에 사용되는 장비나 소모품에 대해 정기적인 점검을 통해 환경 친화적인 여건을 만들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답니다. 참고로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에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라고 하네요.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