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달러를 웃도는 국제유가가 올 하반기 배럴당 80달러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는 5일 발간한 ‘주요 원자재 공급망 구조 분석 및 가격 상승의 영향’ 보고서에서 이 같이 관측했다. 협회는 하반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불안심리 완화, 재고 증대에 힘입어 원자재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원유 가격이 하반기 중 배럴당 80달러대에 진입하며 현재가 대비 20% 내외 하락할 가능성 있다고 내다봤다. 천연가스도 러시아가 가스관 공급을 중단하면서 가격이 급등했으나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유럽연합(EU)이 공급선 다변화에 나서면서 하반기에는 30% 가량 떨어질 전망이다.
무협은 에너지(원유·석탄·천연가스), 비철금속(구리·알루미늄·니켈·팔라듐), 곡물(옥수수·소맥), 희귀가스(네온가스·크립톤) 등 4개 분야 11개 품목의 공급 구조와 해외 기관의 가격 전망 등을 분석해 이같이 추정했다. 11개 품목 중 크립톤(80%), 네온(70%), 팔라듐(42.9%), 소맥(26.6%) 등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세계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품목도 있지만 천연가스(16.8%), 옥수수(13.8%), 원유(13%), 니켈(11.3%), 알루미늄(5.6%), 석탄(5.3%), 구리(3.9%) 등 비중이 20%를 밑도는 품목도 다수다.
팔라듐은 하반기 자동차 배기가스 촉매용 수요 증가가 예상돼 가격이 현재와 비슷할 것으로 보이나, 중장기적으로는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추정했다. 니켈 가격 급등은 공급 불안과 중국 칭산그룹의 숏커버링(공매도 상황)으로 인한 현상이며, 하반기에는 현재가 대비 30% 안팎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네온과 크립톤은 대부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되고 있고, 공급도 제한적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입 의존도도 높은 편이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네온과 크립톤은 지난해까지 전량 수입에 의존했으나 최근 포스코에서 네온 국산화에 성공해 올해부터 생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무협은 우리 정부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응해 △핵심 원자재 비축 확대 △원자재 재수출 및 매점매석 제한 △수입관세 인하 △해외 자원개발 △원자재 가공·처리기술 확보 등 공급망 안정을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도원빈 무협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원자재 가격 안정으로 무역수지도 자연스럽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