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거야'는 흉기입니다"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입력 2022-04-05 06:28
수정 2022-04-05 07:16




"'원샷 콜(집단으로 원샷을 부추기는 환성이나 추임새)'은 흉기로 변합니다."

일본은 4월부터 새학기가 시작된다. 일본의 코로나19 확산세가 한풀 꺾이면서 올해는 대면 입학식과 신입생 환영회를 실시하는 대학이 크게 늘었다. 지난 2년간 새학기는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던 때와 겹쳤다. 입학식은 온라인으로 대체되고 신입생 환영회는 연기되는 추세였다.

신입생 학부모들은 반가운 마음 한편으로 걱정거리가 하나 늘었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자녀가 신입생 환영회에서 술 때문에 고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일본의 회식문화는 선호하는 주종을 원하는 만큼 마시는 분위기로 알려져 있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특히 대학에는 폭음하는 문화가 남아있다.

매년 신입생 환영회에서 폭음으로 사망하는 학생이 나온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1983년 이후 급성알콜중독 등 술 때문에 사망한 학생이 161명에 달한다.

4월이면 '원샷방지협회(イッキ?み防止連絡協議?)'가 일본 전역의 대학가에서 술을 단숨에 들이키는 원샷을 강요하는 분위기를 자제하자는 캠페인을 벌이는 이유다.



원샷방지협회는 신입생 환영회에서 폭음으로 사망한 학생들의 유족이 만든 단체다. 1991년 주오대 동아리 회식에서 사망한 가쿠 사토시(당시 19세)의 부친 가쿠 히토시(2005년 별세)씨가 1992년 설립했다. 1993년부터 매년 봄 원샷방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올해는 "'원샷 콜'은 흉기로 변합니다"라는 문구의 포스터를 전국 대학가에 배포하고 있다.

일본어로 원샷을 뜻하는 잇키(イッキ·'단숨에'라는 뜻)는 1985년 유행어대회 금상에 오르면서 일본 전역에 퍼졌다. 회식에 참가한 사람들이 '원샷! 원샷!' 외치면서 술을 강요하는 '원샷콜'도 자연스레 등장했다.

최근에는 "좀더 멋진 걸 보고 싶어!(ちょっとイイとこ見てみた~い!)", "왜 (잔을) 들고만 있어? 술이 부족하니까 들고 있는 거야?(な~んで持ってんの??み足りないから持ってんの?)" 등과 같이 독특한 리듬에 맞춘 추임새로 발전했다.

한국에서 원샷콜이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야' 같은 추임새로 다양해진 것과 마찬가지다. 대학가의 다양한 원샷콜을 소개하는 유튜브 동영상의 조회수는 100만회를 넘기도 한다.

코로나 2년 동안 대면 회식이 사라지면서 원샷을 강요하는 문화도 사라졌을까. 원샷방지협회는 그렇지 않다고 우려한다. 온라인 회식이 늘면서 온라인상에서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원샷콜과 술마시기 게임이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협회는 특히 온라인 회식용 주사위 게임의 유행을 우려하고 있다. 참가자들이 알콜도수 15~20도의 독주가 든 20㎖짜리 작은 병을 게임의 말로 삼아 한 병씩 원샷하면서 진행하는 방식이다. 유튜버들의 실황중계 조회수가 2000만회를 웃돌기도 한다.

협회는 올해 대면 환영회에서도 원샷 주사위 게임이 유행할 것을 우려해 적절한 음주 문화를 권장하는 캠페인을 강화하고 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