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사진)이 점점 치열해지는 디지털 금융 경쟁에서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를 압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나타냈다. 신한은행 설립(1982년 7월 7일) 40주년을 맞아 최근 영국 금융 전문지 유로머니와 한 인터뷰에서다.
조 회장은 “빅테크와 은행업은 근본적으로 다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빅테크에 대한 경쟁 우위를 자신했다. 그는 “빅테크는 디지털 금융 서비스의 트래픽(고객 유입량)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빅테크는 스마트폰에 금융 서비스 관련 앱을 설치하는 사람을 늘리는 데 집중할 뿐 의미 있는 거래를 유치하는 데는 소홀하다는 것이다.
조 회장은 “트래픽보다는 금융 상품 및 서비스 가입 등 실질적인 거래를 늘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신한은행과 같은 전통 금융기업은 거래에 집중해야 한다”며 “거래를 통해 실질적인 가치가 창출되고 그 가치와 이익이 회사의 건전성과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로 경쟁이 심화하면서 은행권에선 디지털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생존이 어려워진다는 위기의식이 확산하고 있다. 조 회장도 이런 인식에는 동의했다. 그는 “전통 금융시장에서 우리는 골리앗, 빅테크는 다윗으로 비교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제는 트래픽과 거래 모두 장악하는 쪽이 승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로서는 기존 은행이 빅테크보다 유리한 여건에 놓여 있다는 게 조 회장의 진단이다. 조 회장은 “앞으로는 고객 개인별 맞춤 서비스의 중요성이 점점 커질 것”이라며 “은행들은 기존 고객 정보를 활용해 심도 있는 행동 분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빅테크는 주류 금융 서비스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할수록 더 많은 규제에 부딪히고 더 많은 자본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