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아파트 증여 건수가 급감하고 있다. 지난 2월엔 전국 기준 3782건으로, 4년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1년간 한시적으로 배제하는 방안을 논의하면서 다주택자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보유세 부과기준일(6월 1일)을 두 달가량 앞두고 매매와 증여의 갈림길에 섰다는 분석이다.
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전국 아파트 증여 건수는 3782건으로 집계됐다. 2017년 6월(3734건) 후 최저치다. 증여 건수는 작년 12월 5213건에 이어 올 1월 4186건으로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작년 월평균 증여 건수는 6538건, 2020년은 7655건이었다.
서울 지역 증여 건수도 지난 1월과 2월 각각 454건, 389건으로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작년 서울 지역의 월평균 증여 건수는 1036건이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관악구는 2월에 증여가 한 건도 없었다. 종로구(2건) 광진구(2건) 강북구(2건) 등 서울 대부분 지역이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인기 지역으로 꼽히는 강남(40건)·서초(20건)·송파(29건)구 등 ‘강남3구’와 용산구(12건) 등도 작년 말 대비 절반 수준이었다.
아파트 증여 감소는 다주택자에 대한 한시적인 양도세 중과 배제가 논의되면서 한동안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인수위는 지난달 말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를 1년간 중단키로 하고 현 정부와 배제 시점을 줄다리기하고 있다. 인수위가 현 정부와 양도세 중과 배제를 원만히 협의할 경우 이달 중, 안 되면 차기 정부가 출범하는 다음달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다주택자들은 그동안 최고 세율 75%에 달하는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가족, 친척 등에게 아파트를 증여(최고 세율 50%)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기형적인 ‘매물 잠김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나온 카드가 양도세 중과 배제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를 멈추면 양도세가 증여세보다 최고 세율이 10%가량 준다”며 “다주택자들이 충분히 매매 시장으로 눈길을 돌릴 만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보유세 부과기준일인 6월 1일 이전에 매매해야 절세 효과가 크기 때문에 배제 시점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시장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증여가 다시 이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임성환 ABL생명 자산관리(WM)부장은 “서울 지역에서만 최근 4년간 연평균 1만1000여 건의 증여가 이뤄졌고 강남 용산 등 서울 핵심 지역을 중심으로 여전히 증여 수요가 남았다”며 “다주택자들은 인기 지역은 증여, 비인기 지역은 매매하기로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올해 증여를 빨리할수록 유리한 측면이 있다. 임 부장은 “올해까지는 공시가격 기준으로 증여 취득세를 부과하지만 내년부터 실거래가로 기준이 바뀌는 만큼 증여를 빨리 해야 절세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지방세법에 따르면 내년부터는 취득가격과 시가인정액 등 실질가치를 기반으로 증여 취득세를 내야 한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