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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의 주식오마카세에서는 매주 한 가지 일본증시 이슈나 종목을 엄선해 분석합니다. 이번주에는 일본 화학기업 신에츠화학공업(종목번호 4063)을 분석합니다.
'폴리염화비닐(PVC) 전세계 시장점유율 1위', '실리콘웨이퍼 전세계 점유율 1위'…. 일본 신에츠화학공업(종목번호 4063)에 늘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전세계에 깔리는 배수관부터 반도체 소재까지 곳곳에 신에츠화학 제품이 쓰인다. 내수용 비료업체였던 이 회사는 사업다각화를 적극적으로 펼친 결과, 미국의 주택 호황과 전세계 반도체 업황 호조의 수혜를 독차지하며 사상 최대실적을 경신할 전망이다. 주가도 덩달아 반등 중이다. ○美주택호황·반도체업황 호조에 사상최대실적4일 도쿄증권거래소에서 신에츠화학은 전거래일 대비 0.16% 떨어진 1만8735엔에 장을 마쳤다. 지난해 9월 사상최고가(2만1480엔)를 기록했던 신에츠화학은 최근 실적 피크아웃 우려에 주가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으나 최근 다시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다. 3월 초 저점에서 현재까지 18.13% 오른 상태다.
사상 최대 실적을 쓸 것이란 전망이 주가를 끌어올렸다. 신에츠화학은 2021 회계연도(지난해 4월~올 3월) 매출이 2조엔, 영업이익은 6750억엔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사상 최대 실적이다. 견조한 반도체 수요 덕에 반도체 기초 소재인 실리콘웨이퍼의 실적(2020년말 영업이익 기준·25%)이 좋았고, 미국 주택 신축 수요 역시 여전해 건설 자재로 쓰이는 PVC 매출(전체 37%)도 늘었기 때문이다. 신에츠화학은 글로벌 화학업체로선 가장 높은 신용등급(무디스 Aa3)을 받고 있는 초우량 기업이다.
신에츠화학이 처음부터 글로벌 화학업체였던 건 아니다. 1926년 창업 당시만 해도 일본 내 하위권 비료회사에 불과했던 신에츠화학은 일본 정부의 비료값 상승 억제 정책에 불만을 갖고 사업다각화를 꾀했다. 1960년대 실리콘웨이퍼 등을 제조한 게 그 시작이다. 글로벌기업으로의 도약 계기가 된 건 미국 대형 PVC 업체 로빈텍과 만든 합작회사 신테크를 1976년 완전자회사로 만들면서다. 사실 PVC는 특별한 기술력이 필요하지 않은 분야라 신에츠화학 내에서도 사업 지속에 대한 의문이 적지 않았다. 가격경쟁에 휘말려 수익성 악화가 우려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에츠화학은 비닐봉투부터 인프라, 창틀과 주택외벽까지 PVC의 활용도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장기적 수요는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고품질은 철저히 유지하되 비용지출은 최대한 줄여 사업을 키웠다. 사장실 비서가 일본인 사장이 미국에 없을 땐 판매대금 회수 역할까지 맡을 정도였다. 신테크는 신에츠화학의 매출 40%를 일으키지만 여전히 임직원수는 500여명에 불과하다.
반도체 실리콘웨이퍼 사업을 지속했던 것 역시 이 분야의 장기적 수요가 확실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실리콘웨이퍼는 반도체 기판 재료로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소재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공급망 복원에 대한 최고경영자(CEO) 회의에서 손에 들고 흔들었던 게 바로 이 실리콘웨이퍼다. 신에츠화학은 300㎜ 실리콘웨이퍼를 2001년 2월에 개발했다. 당시는 IT버블이 꺼진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라 반도체 수요가 급감했던 때였다. 하지만 신에츠화학은 당시 주류였던 200㎜ 실리콘웨이퍼보다 300㎜ 실리콘웨이퍼가 수익성과 활용도가 더 높다는 점에서 경기만 회복되면 매출 반등이 일어날 것이라 보고 과감한 설비투자에 나섰다. 700억엔을 투자해 섬코(SUMCO)보다 더 빨리 양산화에 성공했고 이 분야 세계 1위 점유율을 차지하기 이른다.
○피크아웃인가 했는데 "올해도 좋다"화학업체는 시황에 따라 실적의 진폭이 크다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신에츠화학은 범용품(PVC)부터 고부가가치상품(반도체 실리콘웨이퍼)까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통해 매년 안정적 실적을 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매년 1월 1일에 일본 최고경영자(CEO) 설문조사를 통해 유망기업을 꼽는데, 신에츠화학은 2009년부터 14년 연속 상위 3위에 들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호실적이 기대된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 일본 2월 재무성무역통계에 따르면 실리콘웨이퍼 출하량수는 전년 대비 32% 증가하며 2월 기준 과거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북미지역의 PVC 계약가격도 3월에 이어 4월에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까지 원재료값 상승과 금리 상승으로 인한 미국 주택착공 수요 둔화 우려에 주가가 소강상태를 보였으나 수요는 견조한 것으로 나타났고 추가로 판가 인상까지 이뤄지는 셈이다. 증권가에서 매수를 계속 추천하는 이유다. 골드만삭스는 "PVC나 실리콘웨이퍼를 중심으로 올해 실적 전망치는 상향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신에츠화학을 강력한 매수 추천종목인 '컨빅션 리스트'에 올리고 목표주가 2만6000엔을 제시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