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와 경유에 이어 대표적인 ‘서민 연료’로 꼽히는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한 데다 원·달러 환율도 뛰었기 때문이다. LPG 값 급등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소규모 공장과 식당, 택시업계 등 서민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3일 LPG 업계에 따르면 국내 양대 LPG 유통사인 SK가스와 E1은 이달 프로판과 부탄 등 LPG 공급가격을 일제히 ㎏당 140원(7.9%) 인상했다. 지난달 ㎏당 60원 올린 데 이어 인상폭이 배 이상 커졌다. 두 달 새 ㎏당 200원이 오른 건 2000년대 들어 사실상 처음이다. 가정용·상업용으로 쓰이는 프로판은 이달부터 ㎏당 1529.36원, 택시 등 수송용 연료인 부탄은 L당 1081.2원으로 올랐다. 프로판과 부탄 모두 올 1월 초 대비 15% 급등했다. 2012년 초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다.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LPG 가격은 더욱 가파르게 올랐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이 LPG 판매소에서 직접 구입하는 프로판 소비자 가격은 지난달 말 ㎏당 2412.06원까지 치솟았다.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1년 이후 사상 최고치다. 1년 전인 작년 3월(2029.18원)과 비교하면 18.7% 올랐다.
LPG 가격이 급등한 이유는 국제 유가에 연동하는 국제 LPG 가격(CP)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가 매달 CP를 산정해 각 업체에 통보한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과 LPG를 들여오는 해상 운임 등 유통비용을 반영해 국내 공급가격이 정해진다. 두 회사는 “CP 및 환율 상승에 따라 큰 폭의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했지만 소비자 부담 등을 고려해 인상 요인을 일부만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급등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은 국제 유가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큰 데다 원·달러 환율과 해상 운임도 좀처럼 낮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LPG 쇼크’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택시업계 등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LPG가 서민 연료로 불리는 이유는 휘발유, 경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등에 비해 가격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에서 삼겹살집을 운용하는 한 자영업자는 “코로나19 사태 속에 식자재값이 큰 폭으로 뛴 데다 LPG 가격까지 오르면 가게 운영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LPG뿐 아니라 화물차주를 비롯해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이 주로 사용하는 경유 가격도 L당 1900원을 돌파하는 등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지역의 경유 가격은 L당 1981.78원으로 2000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휘발유(2054.99원)와 L당 73.21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서민의 발’로 불리는 경유 1t 트럭은 푸드트럭, 다용도 탑차 등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가 생계형 창업에 많이 활용하는 운송 수단이다. 택배 등 물류업계 종사자도 대부분 경유 화물트럭을 활용하고 있다. 정부는 5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유류세 인하폭을 기존 20%에서 30%로 확대하는 방안과 함께 유가보조금(유류세 연동보조금)을 추가로 지급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강경민/김소현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