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이 넘는 아들을 살해했다고 자백했지만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70대 노모가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2부(엄상필 심담 이승련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78·여)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단을 유지했다고 1일 밝혔다.
A씨는 2020년 4월 인천시 미추홀구 자택에서 아들 B씨(52)의 머리를 술병으로 때린 뒤 수건으로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아들의 목을 졸랐다"며 112에 직접 신고해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A씨는 수사 단계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아들이 불쌍해서 범행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하지만 고령의 A씨가 키 173.5㎝에 몸무게 102㎏에 달하는 건장한 B씨를 살해했다는데 의구심을 낳았다. 당시 B씨가 술을 마시긴 했지만 만취 상태는 아니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의문은 더욱 커졌다.
이와 관련 1심 재판부는 사건 현장에 제3자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고, A씨가 다른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허위로 진술했을 수 있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 역시 "원심에서 제기한 의문 중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게 남았다"면서 "범행 당시 현장에 피고인과 피해자만 있었고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구체적 범행이 실현됐다는 게 진실한 것인지에 대한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사건 직전까지 집에 함께 있던 다른 가족의 진술과 A씨의 자백 모두 믿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범행 직후 방이 너무 깨끗이 치워져 있었고, 사건 직후 다른 가족의 행적이 평소와 달랐던 점도 무죄 이유로 들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보기에는 판결의 결론이 이상할 수 있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피고인이 유일할 수도 있다"며 1심과 같은 무죄를 유지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