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가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의 후보 기근에 따른 ‘송영길 추대론’에 대통령선거 기간 내내 호흡을 맞춘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의 의중이 더해진 행보라는 평가다. 다만 송 전 대표의 출마를 두고 서울지역 국회의원 일부와 이낙연계가 반발하면서 자칫 당내 갈등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송 전 대표는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누가 서울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당원과 지지자들이 판단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직분을 가리지 않고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출마 이유로 ‘당 안팎의 강한 요청’을 꼽았다. 그는 “서울시장에 출마하라는 많은 분의 강한 요청을 받았다”며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당이 필요하다고 하면 언제라도 출마할 준비를 해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수진(동작을)·이용빈·전용기·정성호·김남국 의원 등은 공개적으로 송 전 대표의 출마를 요청했다. 중진급 후보가 나와야 구청장이나 기초의회 등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지원을 받고, 지방선거 정국에서 민주당이 이슈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현재 민주당 전·현직 의원 가운데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인사는 열린민주당 출신 김진애 전 의원뿐이다. 정성호 의원과 김남국 의원은 대선 패배 후 사찰 순회를 떠난 송 전 대표를 직접 찾은 뒤 페이스북에 이를 알리기도 했다. 이들은 이 상임고문의 최측근 그룹인 이른바 ‘7인회’ 멤버다. 이 상임고문 역시 송 전 대표의 출마를 지지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송 전 대표의 출마가 당내 분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지난달 31일 남인순·김민석 등 민주당 내 서울 지역구 의원 20여 명은 모임을 열고 “대선 패배에 책임이 있고, 서울과 연고도 없는 송 전 대표가 시장에 출마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박용진 의원 등 주요 후보군을 포함한 여론조사를 거쳐 당내 후보군을 추리자”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의 기존 주류였던 이낙연계에서도 이 같은 의견에 동조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송 전 대표는 당내 비판을 의식한 듯 경선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강조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 출마 선언에서 “당에 훌륭한 분들이 많이 계신 만큼 그분들과 함께 당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대나 전략공천은 제 머릿속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