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년 태어난 딕 포스베리는 높이뛰기 선수였다. 고교 시절 실력은 그저 그랬다. 다들 가위뛰기로 막대를 넘었지만, 그는 이 기술을 잘 구사하지 못했다. 다리가 길다 보니 높이 뛰어도 막대에 자주 걸렸다.
어느 날 포스베리는 한 가지 실험을 했다. 몸을 비틀어 막대를 등지고 넘어보기로 한 것. 포스베리는 이 기술을 익히기 위해 몇 년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1968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포스베리 플롭으로 불리는 배면뛰기가 높이뛰기에 혁신을 일으킨 순간이었다.
《부자는 천천히 벌지 않는다》는 “성공은 실험에서 출발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1만 실험의 법칙’을 제시한다. 저자는 미국 연쇄 창업가인 제임스 알투처(54). 그는 20개가 넘는 회사를 창업했고, 헤지펀드도 운용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글을 기고하고, 팟캐스트 방송도 한다. 벤처 투자자와 스탠드업 코미디언, 체스 선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사람들 귀에 익숙한 용어는 ‘1만 실험의 법칙’이 아니라 ‘1만 시간의 법칙’이다. 맬컴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를 통해 대중화된 이 법칙은 자기 분야에 1만 시간의 노력을 들이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알투처는 1만 시간의 법칙이 아니라 1만 실험의 법칙을 따라야 한다고 설파한다. 한 가지 일을 끈기 있게 오래 하는 것보다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포스베리가 가위뛰기를 1만 시간 연습했더라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한다.
책은 1만 실험의 법칙을 뒷받침하는 사례로 파블로 피카소를 든다. 피카소는 매일 1~2점씩 그렸다. 하지만 똑같은 그림을 더 잘 그리려고 하지 않았다. 그랬다면 피카소의 입체파 그림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에디슨도 전구를 처음 발명할 때 1만 개의 다른 전선으로 실험했다. 에디슨은 이렇게 말했다. “실패라고? 난 실패하지 않았네. 난 전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1만 가지 이유를 성공적으로 발견한 것이라네!”
알투처는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은 어떤 실험을 할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자신의 삶도 실험의 연속이었다고 말한다. 그가 코넬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1996년 케이블방송 HBO의 정보기술(IT) 부서에서 일할 때였다.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리곤 무작정 최고경영자(CEO) 사무실로 찾아갔다.
“누구시죠?” 당시 CEO가 말했다. 알투처는 그 앞에서 매주 화요일 오전 3시에 길거리에 나가 사람들은 인터뷰하고 이를 HBO 홈페이지에 웹쇼로 올리자고 했다. ‘Ⅲ:am(스리 에이엠)’이란 방송이었다. 쇼가 유명해지자 그런 웹사이트를 개설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그는 첫 회사인 리셋을 창업했고 이를 매각해 1500만달러를 벌었다.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것 역시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은 ‘매일 아이디어 10개 적기’다. 어떤 주제든 상관없다. 그는 자기 사업 아이디어는 물론이고 아마존이나 구글 등 다른 회사를 위한 아이디어도 적는다. 지금도 코로나19가 잦아든 뒤 유망한 사업 아이디어, 디즈니플러스를 위한 아이디어 등 매일 10개 쓰기를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좋은 아이디어일까? 사실 그렇지는 않다. 좋은 아이디어는 거의 없다. 1년에 3650개의 아이디어를 적는다면 100개 정도는 어떤 식으로든 쓸모가 있을지 모른다. 이 중 몇 개는 돈을 벌 만큼 좋은 아이디어일 수도 있다. 그리고 한 개 정도는 훌륭한 아이디어일 수도 있다. 누가 알겠는가?”
‘50/1 법칙’과 ‘6분 네트워크’도 그가 터득한 방법이다. 50/1 법칙은 일하는 데 들이는 시간의 1%가 결과물의 50%를 창출한다는 뜻이다. 20%의 인풋으로 80%의 아웃풋을 낸다는 ‘80/20 법칙’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핵심 메시지는 가장 성과를 많이 내는 1%의 시간을 찾아내고, 나머지 99% 시간으로 50%의 성과를 내는 대신 더 생산적인 일이나 좋아하는 일에 쓰라는 것이다. 6분 네트워크는 매일 6분간 연락이 뜸하던 사람 4명에게 무심히 안부를 전하는 방법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출간돼 좋은 평가를 받은 이 책의 원래 제목은 ‘Skip the Line’. 한국어 제목과 달리 재테크와는 상관없는 책이다. 어떻게 알차게 인생을 살아야 할지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담겼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