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블랙박스…잠든 남편의 휴대전화 몰래 엿봤다간 [법알못]

입력 2022-04-04 06:20
수정 2022-04-10 14:25


<i>"남편의 귀가가 최근 자주 늦어지고 약속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던 중 주말에 차를 쓰려고 보니 블랙박스 전원선이 빠져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다시 연결했는데 그 다음에도 또 그런 상태였습니다. 다들 알다시피 블랙박스 전원은 일부러 누군가 힘을 줘 빼기 전에는 빠지기 힘든 구조이지 않나요? 확인해보니 블랙박스 SD카드가 포맷돼 있는데 복원업체에 문의하고 남편이 잠들면 몰래 지문으로 잠금장치를 풀어 휴대전화를 확인해 볼까 생각 중입니다."</i>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확인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증거는 바로 '휴대전화'와 '블랙박스'다. 특히 블랙박스는 불륜의 의심될 때 확보할 수 있는 좋은 증거다. 불륜 당사자들은 주로 개인 차량을 이용해 이동하므로 블랙박스에 녹음된 애정 표현 등 대화를 통해 단서를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블랙박스에 녹음된 내용이 너무 내밀한 대화거나 혹여 자신에 대한 험담까지 포함돼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는 점이다.

배우자의 휴대전화를 확인할 때도 유의해야 할 사안이 있다.

헌법 제17조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아무리 배우자라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알아내 몰래 열어 보거나 지문인식 잠금을 배우자가 잘 때 손가락을 대서 해제하는 등의 행위는 원칙적으로 불법이다.

형법상 '비밀침해죄'는 봉함이나 기타 비밀 장치한 편지, 문서, 전자기록 등을 기술적 수단을 이용해 그 내용을 알아내는 것을 말한다. 컴퓨터나 인터넷, 휴대전화 등에서 배우자나 연인의 비밀번호를 몰래 알아낸 다음 그 아이디로 접속해도 형법 제316조 2항에 따라 불법으로 처벌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불법적인 방법으로 증거자료를 수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외도행위를 잡으려고 내연녀·내연남 집에 침입하거나 우편물을 뜯어보거나 심지어 몰래 도청한다거나 해킹 앱이나 위치추적을 하는 등의 불법적인 방식으로 증거를 확보하게 되면 오히려 상간자가 형사고소를 할 경우 민사소송 등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하지만 비밀번호가 설정돼 있지 않은 배우자 휴대전화를 몰래 본 경우는 비밀침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아울러 배우자의 외도 현장을 잡는다고 몰래 위치를 추적하는 행위도 처벌받을 수 있다. '위치정보법'에 따라 누구든지 개인 또는 소유자의 동의를 얻지 않고 개인 또는 이동성이 있는 물건의 위치정보를 수집, 이용 또는 제공해서는 안 된다. 다만 배우자가 직접 미행해서 외도 현장을 사진 찍는 것 정도는 허용된다.

이인철 변호사는 "배우자가 바람을 피우면 배우자도 밉지만, 배우자와 바람을 피운 상간자가 더 밉다고 한다"면서 "그래서 이혼은 하지 않고 상간자만 상대로 손해배상과 위자료를 청구하는 일이 있다. 간통죄가 폐지된 이후 법원은 결혼한 사람인 줄 알면서 불륜을 저지른 상간자에게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배우자의 불륜 증거 단서를 잡을 때는 문자나 톡 등 메신저에 '보고 싶다, '사랑한다' 등 애정 표현이 있어야 한다. 단순히 '잘 들어갔어요?', '잘 지내요?' 정도의 내용은 부족하다. 단순히 식사하거나 단체로 여행을 간 사진도 부족하긴 마찬가지다.

화가 난다고 직접 상간녀를 찾아가 뺨을 때리거나 물을 끼얹는 등 주먹을 휘두르면 폭행죄로 처벌받을 수 있어 주의가 당부 된다. 단순히 머리채를 잡고 흔들면 폭행죄지만 머리채를 잡고 뽑아버리면 상해죄가 돼 가중처벌이 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상간자의 직장에 찾아가 외도 사실을 말하거나 시위하면 명예훼손죄에 해당할 수 있다.

이 변호사는 "배우자와 외도를 한 상간녀, 상간남을 상대로 위자료 청구를 할 수 있다. 배우자와 이혼하면서 청구할 수도 있고, 이혼하지 않고도 상간자를 상대로 위자료만 청구할 수도 있다"면서 "위자료를 청구하면 원래는 위자료 1천 - 2천만 원 정도 받을 수 있는데 만약 상간 상대를 때리거나 회사에 알려서 명예훼손이 되면 오히려 상간자의 반소(맞소송)로 위자료 액수가 대폭 감경된다"고 조언했다·.

도움말=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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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