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보다 낫다" 소문에…개미들 1338억원 '몰빵'

입력 2022-04-02 10:00
수정 2022-04-04 08:36
국민주 겸 대장주 삼성전자가 소속 시장인 코스피만도 못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반면에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들을 한 꾸러미에 담은 상장지수펀드(ETF)의 수익률은 시장 수익률을 뛰어넘는 성과를 기록했다.

2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2일부터 31일까지 최근 한 달간 국내 증시에 상장된 삼성그룹 관련 ETF 5종의 평균 수익률은 3.63%로 집계됐다. 'KODEX 삼성그룹밸류'(5.38%)의 수익률이 가장 높았고 'KINDEX 삼성그룹주섹터가중'(3.89%), 'KINDEX 삼성그룹동일가중'(3.53%), 'KODEX삼성그룹주'(3%), 'TIGER 삼성그룹펀더멘털'(2.35%)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이는 삼성전자 주가 수익률을 큰 폭 앞지른 것이다. 최근 한 달 삼성전자 주가의 손실률은 3.46%다. 이 기간 2.17% 상승한 코스피의 성과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달 들어 줄곧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중이다. 지난달 8일 '6만전자'로 밀려난 뒤 6만원과 7만원 사이를 오가며 박스권에 갇혔다. 주가가 6만원대로 떨어진 것은 작년 11월11일(6만9900원) 이후 4개월 만이다.

증권가의 의견을 종합하면 주가가 맥을 못추는 것은 전쟁의 영향이 크다. 단기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유럽 내 정보기술(IT) 수요가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아울러 물가 상승(인플레이션)도 스마트폰과 개인용 컴퓨터(PC) 등 소비재(B2C) 관련 반도체 수요를 줄이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삼성전자 주가의 부진에도 삼성그룹 ETF가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거둔 까닭은 ETF가 가진 특성 때문이다. ETF란 특정지수의 성과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를 상장시켜 주식처럼 자유롭게 거래될 수 있도록 설계한 상품이다. ETF는 추종지수의 구성종목들로 펀드를 구성하기 때문에 적은 투자자금으로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들어 삼성전자 주가는 부진했지만 삼성그룹의 다른 핵심 계열사들의 주가 상승세가 이를 만회한 것이다. 분산 투자가 빛을 발한 경우다.

삼성그룹 ETF 5종 중 수익률 상위 2종은 삼성전자보다 삼성SDI를 더 높은 비중으로 담고 있다. 'KODEX 삼성그룹밸류'와 'KINDEX 삼성그룹섹터가중'은 대략 삼성SDI 27%, 삼성전자 22%, 삼성바이오로직스 10% 비중으로 투자한다. 삼성SDI 주가는 전쟁으로 니켈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빠르게 반등했다. 지난달 22일부터 31일 하루를 제외하고 7거래일 연속 상승했는데 이 기간 상승률만 18.25%에 달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이달 들어 6% 넘게 오르며 꾸준한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투자자들의 자금도 삼성그룹 ETF에 몰리는 모양새다. 최근 한 달 사이 삼성그룹 펀드에는 1338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이 가운데 97%에 해당하는 1297억원가량이 삼성그룹 ETF에 유입된 자금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삼성SDI,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3종목 위주로 자산구성내역(PDF)을 꾸린 KODEX삼성그룹주(644억원)와 KODEX삼성그룹밸류(637억원)에 압도적인 뭉칫돈이 몰렸다.

박승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금리 인상기인 만큼 기업들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시기"라며 "삼성그룹의 계열사들의 포지셔닝이 대부분 각 업종에서 대장주이거나 상위권에 속하기 때문에 기초체력이 강조되면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일부 업종이 지지부진하더라도 다른 업종의 계열사들이 손실을 상쇄하는 등 포트폴리오 효과를 극대화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다만 모든 그룹주 ETF가 개별주 수익률에 앞선 것은 아니다. LG에너지솔루션 개별 종목의 최근 한 달 주가 수익률이 7.28%인 반면 같은 기간 LG그룹 ETF인 'TIGER LG그룹+펀더멘털'의 수익률은 3.13%다. 현대차도 개별주로선 3.14%의 수익을 냈지만 'TIGER 현대차그룹+펀더멘털'은 여기에 못 미치는 1.9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