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가 2008년 이후 14년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수출이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지만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입이 더 가파르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 등으로 인해 올 한해 무역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수출업체에 대해 지원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2022년 3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8.2% 증가한 634억8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월간 수출액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종전 최대 수출 기록은 작년 12월에 세웠던 607억달러였다.
15대 주요 수출품목 가운데 13개 품목의 수출이 증가했다. 특히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131억2000만 달러로 월간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을 썼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38% 증가한 규모다. 석유제품(90.1%), 디스플레이(48.4%), 무선통신기기(44.5%) 수출도 큰 폭으로 늘었다. 다만 자동차(-9.7%) 수출은 차량용반도체 수급난 등으로 인해 감소했다. 선박(-35.9%) 수출도 수주 계약과 수출 사이의 시차 발생 등의 이유로 줄었다.
수출은 2020년 11월부터 지난달까지 17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증가세를 나타냈다. 세계 경제가 2020년 하반기부터 코로나19 충격으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3월부터는 수출이 13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수입은 수출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지난달 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27.9% 증가한 636억2000만 달러로 조사됐다. 월간 수입액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원 수입액이 작년 3월 77억2000만 달러에서 지난달 161억9000만 달러로 1년만에 84억7000만 달러(109.7%)나 증가한 영향이 컸다.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인해 수입이 수출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지난달 무역수지는 1억4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12월과 올해 1월 2개월 연속 이어진 무역적자가 지난 2월 흑자로 돌아섰지만, 1개월 만에 다시 적자로 전환된 것이다.
지난 1분기 무역적자는 40억4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1분기 기준 무역적자가 발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세계 경제 침체와 원유 가격 급등 현상이 나타난 2008년 1분기(-66억1000만 달러) 이후 처음이다.향후 에너지 가격 급등세가 이어지면 수입 규모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수출업체의 원가 경쟁력이 낮아지기 때문에 무역적자 규모가 보다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부는 수출업체를 돕기 위해 △무역금융 제공 △물류바우처 대상 확대 △디지털 무역지원 강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 등 한국의 무역·공급망 전반에 우호적이라고 볼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수출 기업의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해소하도록 노력하는 한편 반도체 희귀가스를 포함한 공급망 핵심품목의 안정적 수급을 위한 노력도 계속하겠다"고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