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사라진 택시들…영업시간 자정까지 허용되면?

입력 2022-04-02 14:33
수정 2022-04-02 14:40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1일 방역지침을 완화해 자정까지 영업을 허용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당분간 택시 부족으로 인한 귀갓길 교통 대란이 예상된다. 지하철 운행이 끊기는 자정까지 영업이 허용되면서 심야 귀갓길에 택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업계를 대거 이탈한 기사들이 복귀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월 고용행정통계에 따르면, 최악의 고용상황을 보이던 숙박업·음식점업까지 회복세로 접어들었지만 택시는 코로나19 한창이던 전년 동월 보다 종사자 8700명이 줄었다. 취업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한국경제의 의뢰로 2019년과 2021년 산업별 구인공고 숫자를 분석한 결과, 택시·버스의 구인공고 숫자는 67.4%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가 줄어든 탓에 기사들도 현장을 떠났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젊은 기사들은 택배기사나 배달 업종 넘어가고 있고, 이직이 마땅찮은 고령층 기사들은 실업 급여로 연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번 달부터 긴급고용안정지원금 1인당 100만원씩 지급돼 급한 불은 껐지만, 빠르게 산업이 회복되지 않으면 기존 기사들이 추가로 산업을 이탈할 수 있다.

특히 법인 택시의 감소 폭이 큰 게 심야 귀갓길 교통대란을 가중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법인택시는 개인택시 운전기사들이 고령화나 체력적 문제로 운행을 피하는 심야 시간대를 주로 맡아왔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법인택시 종사자는 지난해 10월을 기준으로 2만955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3만527명)보다 31.4%가 감소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택시 업계를 떠났던 인력이 업계로 복귀한다는 보장도 없다. 돌아오더라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우리는 근로조건이 좋은 편인데도 택시기사 수급이 어렵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며 "고소득 직업이 아니다 보니 배달업 등 다른 업종으로 한번 넘어가면 늘어난 소득과 자율적 근로시간을 맛봐 돌아올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정부는 급한대로 지난해 7월 택시발전법 개정해 40년 만에 승객의 동의를 전제로 한 합승 허용했지만, 활용률이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법인택시 운영자는 "영업시간이 자정까지 연장되면 지금처럼 빈 택시는 조금 줄겠지만, 급격하게 손님들이 몰리면 택시 잡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며 "기사 수급을 예전 수준으로 회복해서 수요와 공급을 맞추는 데에는 적어도 3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