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이코노미] 빅테크의 불공정 논란, 데이터 격차서 비롯

입력 2022-04-04 10:00
알고리즘 공개에 대한 요구가 거세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적극적인 규제 움직임마저 나타난다. 유럽연합(EU)은 플랫폼 기업이 알고리즘을 활용해 자사 서비스를 우대하지 못하도록 디지털시장법 및 디지털서비스법을 마련 중이며 미국 하원에서도 플랫폼에 대한 반독점 법안 5개가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모두 불공정 경쟁의 중심에 알고리즘이 있다는 관점이다.



알고리즘 공개로 불공정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해도 시장을 경쟁 상태로 되돌리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행위는 데이터로 인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프로그램만 있다고 해서 특정 기업이 경쟁우위를 가질 수 없다. 데이터가 있어야 우위를 획득할 수 있다. 그것도 빅데이터를 보유해야 한다.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일부는 공유하면서도, 데이터는 공개하지 않는 이유다. 데이터는 결핍이 아니라 편중이 문제다. 할 베리언 구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데이터를 칼로리에 비유해 “과거 데이터가 많이 결핍됐지만 지금은 데이터 비만이 문제”라고 표현한다. 일부 기업은 데이터 과잉 상태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데이터 영양실조’ 상태라는 것이다. 많은 빅테크 기업이 클라우드 분야에 진출하는 이유도 데이터 때문이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들은 자체 데이터 기반시설을 구축하고 서버를 두지 않아도 아마존웹서비스나 구글클라우드 플랫폼,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 클라우드를 통해 데이터를 업로드하고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하지만 데이터가 클라우드에 한번 업로드되고 나면 클라우드 주인은 해당 데이터에 마음대로 접근할 수 있다. 데이터를 보기 위해 따로 정리할 필요도 없다. 이미 업로드 단계에서 체계적으로 정리해뒀기 때문이다. 데이터 특허제도 도입을 통한 공유문제는 일부 기업에 편중된 데이터가 공유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데이터는 동시에 사용해도 그 가치가 줄어들지 않는다. 같은 이유로 빅테크 기업들은 데이터를 비공개로 소유한다. 여러 주체가 동시에 데이터를 분석하고 사용할수록 새로운 가치 창출이 가능하지만, 이는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이 되므로 데이터를 독점한다. 기업이 소유한 데이터를 강제로 공유하도록 해 경쟁 기업도 해당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면, 해당 데이터의 매력이 예전같지 않을 것이다. 누구나 접근 가능한 정보는 그만큼 값어치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사회적으로 데이터는 공유될 때 더 많은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지만, 반대로 기업으로서는 데이터 수집의 유인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허 제도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양질의 데이터 수집 인센티브를 자극하면서도, 데이터 공유를 통한 경쟁 활성화를 유도할 수 있다. 일정 기간 데이터 독점권을 부여해 시장지배를 누리도록 허용하고, 이후에는 이를 공개해 경쟁자들이 자유롭게 정보에 접근하도록 제도화하자는 것이다. 이는 디지털 경제 시대를 견인하는 기업은 물론 사회 전체의 발전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다. 우버의 자율주행 운행 데이터를 일정 기간 독점권을 누리고 난 뒤 공개하면 데이터의 결핍으로 등장하기 어려웠던 경쟁 기업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과거 특허가 모방이 용이한 아이디어에 독점 사용권을 부여했다면, 데이터 특허 제도는 꽁꽁 감출 수 있는 정도의 독점권을 빼앗는다는 측면에서 일반 특허 제도와 차이가 있다. 시장 중심의 데이터 공유로 성장 도모 오늘날 많은 규제가 플랫폼 기업을 겨냥하고 있다. 기존 제도로 규제하기 어려운 불공정 행위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불공정거래 규제의 이유는 경쟁의 회복으로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서란 점이다. 알고리즘과 데이터 공개 강제로 기업의 혁신 유인이 감소한다면 이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큰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오늘날 빅테크 기업들이 양질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었고, 독점하는 이유는 기업 경쟁우위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이기적인 개인’의 사익 추구를 통해 사회 전체의 발전을 도모하는 원리는 시장경제가 계획경제체제보다 우월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이다. 개별 경제주체의 유인을 헤치지 않으면서 사회 발전의 원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장 중심의 제도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