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국내 증시에서 중소형주의 수익률이 대형주를 웃도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형 기업공개(IPO)와 외국인 자금 이탈이 대형주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대형주지수는 6.58% 하락했다. 같은 기간 중형주지수는 2.93% 내렸고 소형주지수는 1.55% 상승했다. 대형주 약세는 코스닥시장에서도 나타났다. 대형주지수가 13.93% 급락한 반면 중형주지수(-6.29%)와 소형주지수(-1.86%)의 하락폭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대형주는 시가총액 1~100위, 중형주는 101~300위(코스닥은 400위), 소형주는 그 이하를 말한다.
대형주 약세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부터였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대형주 상승률은 1.60%로, 중형주(11.59%)와 소형주(16.57%) 상승률을 크게 밑돌았다. 반면 2020년에는 유가증권시장 대형주 상승률(31.54%)이 중형주(31.98%)와 비슷하거나 소형주(22.13%)를 웃돌았다.
증권가에서는 대형주 약세 원인으로 대형 기업공개(IPO)를 꼽는다. 작년 SK아이이테크놀로지·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크래프톤 등에 이어 올해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면서 패시브 자금의 대규모 이동이 발생했다. 대형 공모주가 상장하면 코스피200지수 등을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은 해당 종목을 담기 위해 다른 대형주를 팔아야 한다.
외국인의 자금 이탈도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대형주에 더 큰 타격을 줬다. 올 들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5조41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올해 외국인이 순매수한 종목은 SK하이닉스와 LG화학뿐이다.
다만 2분기에는 대형주의 반등을 기대할 만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형주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중·소형주 대비 탄탄하다는 분석이다. 유가증권시장 외국인 지분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외국인 자금의 추가 이탈 가능성도 낮은 편이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대형주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평균 2.8% 증가한 반면 중형주는 2.1% 하락했다”며 “최근 주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대형주는 사업 다각화를 통해 충격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음달부터 1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시작하는데 기업들의 실적 악화 여부가 주목받을 것”이라며 “원가 상승 부담에도 이익 모멘텀을 가진 대형주를 선별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