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쪼개기 매입’ 의혹으로 논란을 빚은 송철호 울산시장의 부인 홍모씨(70)가 이번에는 울산 최대 개발사업으로 꼽히는 ‘강동관광단지’ 주변 토지를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개발 인허가권을 쥔 지방자치단체장의 배우자가 개발지 주변 땅을 사들인 것이어서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30일 한국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홍씨는 울산 북구 무룡동에 있는 580㎡ 규모 대지를 2020년 12월 매입했다. 매입가는 3억5000만원으로 3.3㎡당 199만원 수준이다. 해당 토지는 울산시가 추진하는 강동관광단지 터와 직선거리로 1㎞가량 떨어져 있다. 강동관광단지는 사업비만 2조6000억원에 달하는 울산 최대 개발사업이다. 북구 산하동 정자동 무룡동 일원 136만7240㎡에 테마파크지구 등을 조성하는 게 사업 골자다.
해당 사업은 2000년대 추진된 뒤 경기 불황을 계기로 2009년 이후 10년간 부침을 겪어왔다. 그러다 홍씨가 해당 토지를 매입한 전후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2020년 9월 울산시는 한 건설사와 ‘강동관광단지 워터파크지구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2009년 공정률 37%에서 멈춘 워터파크지구(강동리조트)를 다시 공사한다는 내용이다. 이후 지난 1월에는 강동리조트 기공식이 열렸다.
홍씨는 지난해에도 2009년 경기 용인시 한 임야를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매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비판을 받았다. 당시 그는 부동산중개업체를 통해 임야 일부를 5929만원에 매입했다. 논란이 커지자 송 시장이 대신 나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관보에 게재된 ‘2022년 공직자 정기 재산변동사항’에 따르면, 홍씨는 해당 토지를 2000만원에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송 시장 측은 “홍씨가 4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거동이 좋지 않아 요양 목적으로 주택을 짓기 위해 해당 토지를 산 것”이라며 “개발 이익을 노린 투자가 아니다”고 밝혔다. 해당 토지 주변은 산과 녹지가 많아 개발 이익을 얻기 어려운 곳이라는 설명이다.
지자체장이 관내 개발 사업지 주변에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2022년 공직자 정기 재산변동사항’을 보면, 박형우 구청장은 인천 계양구 효성동에 있는 토지 6필지(면적 698㎡)를 보유하고 있다. 해당 토지는 효성 도시개발사업 터와 300m 떨어져 있어 지난해 이미 투기 의혹이 불거진 곳이다. 효성 도시개발사업은 효성동 100 일원에 3998가구 아파트 등을 짓는 사업이다. 당시 박 구청장은 “평생 살던 집터의 주변 땅을 산 것이지 투기 의혹과는 전혀 관련 없다”고 해명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